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통해 ‘최순실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우병우ㆍ안종범 수석, 그리고 18년 동안 함께해 온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사표를 수리했다. 촛불 집회가 이어지고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자 정치권의 타깃이 된 참모진 전원 교체를 통해 국면전환에 시동을 건 것이다.
이제 관심은 국정 정상화를 위한 추가 수습책에 모아진다. 박 대통령은 31일 공개 일정을 잡지 않는 등 일정을 최소화하고 여야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과 ‘책임총리제’라는 선택지를 두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의견 수렴 일정에 대해서는 “지금 계속 비공개로 하고 있는 만큼, 공개할 내용이 있으면 알려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박 대통령은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과 안종범 정책조정ㆍ김재원 정무ㆍ우병우 민정·김성우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또 대통령 최측근 3인방으로 불리는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비서관도 함께 사퇴시키며 대국민 사과 닷새 만에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공석이 된 수석비서관 네 자리 중 우선 민정수석에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 홍보수석에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을 각각 내정했다.
당초 예정된 이번 주초보다 일정을 앞당긴 데다, 후임자를 정하지 않은 상태로 급하게 비서진 개편을 발표한 것은 더 이상 머뭇거려선 민심 수습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책조정·정무수석 등 후속 인사도 서두를 예정이다. 국정 전면 쇄신 차원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책임총리제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거국중립내각은 ‘야당내각’이라는 시각과 개념이 모호한 만큼 대통령의 권한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책임총리제 도입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여기에 또 한 번의 대국민 사과를 통해 국정쇄신의 의지를 표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최순실 파문’과 관련해 박 대통령도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검찰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