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정국을 뒤흔드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식물 정권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야 하는 거국내각 보다는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지 않는 책임총리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거국중립내각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한정되지 않은 중립적 내각을 의미한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한 인물들로 꾸려진다. 일반적으로 전시 등 국가비상 상황에서 구성된다. 대통령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대신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내각이 국정을 주도하게 된다. 의원내각제 성격이 가미된 정치체제다. 거국내각을 하면 대통령은 사실상 국정운영에서 물러나게 된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제의 틀 안에서 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제도다. 총리가 헌법에 부여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 등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총리 권한 강화는 곧바로 대통령 권한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역대 국무총리 가운데 책임총리를 구현한 총리는 김영삼 정부의 이회창 전 총리,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전 총리 등에 불과했다. 다만 지금과 같이 민심 이반이 심각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의 신임 총리는 통상적인 수준의 책임총리보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책임총리제를 실시할 경우 누가 총리를 맡을 지도 관건이다. 국정운영 능력과 함께 중립성이 요구되지만, 여야의 입장이 달라 적임자 선정에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