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생각보다 ‘이른 한파’가 찾아왔다. 강원도에는 벌써부터 서리가 내리고 특히 대관령은 영하 7도로 떨어지는 등 초겨울 날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보다 무려 두 달가량 먼저 찾아온 한파라고 한다.
안 그래도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로 서글픈데,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라는 또 다른 한파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임기 1년 4개월을 남겨놓고 불거진 최순실 사태로 박근혜 정권은 최대 위기를 맞았고 ‘이른 레임덕’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치판에도 생각보다 이른 한파가 찾아온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증시까지 혼란스럽게 하며 코스피지수 2000선까지 무너뜨렸다. 1일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는 3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한때 2000선이 붕괴됐다. 장중 1990.45까지 떨어진 것. 다행히 2000선을 회복해 2007.39에 장을 마쳤치만 여전히 위태롭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 13일 1999.36포인트(종가기준) 이후 한 달 보름 만으로 이른 레임덕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심리까지 악화시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치판의 한파는 국내 증시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체감온도마저 싸늘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경제 심리지수마저 침체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11월 업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늘어났다. 제조업의 11월 업황전망 BSI는 72로 10월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리콜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자동차, 갤럭시노트7 여파로 피해를 입은 전자·통신장비 등의 업체들이 업황을 부정적으로 예측했다. 비제조업도 마찬가지다. 11월 업황전망 BSI는 10월보다 2포인트 낮아진 73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600대 기업(매출액 기준) BSI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의 11월 전망치는 89.8로, 지난달보다 무려 6.2포인트 떨어졌다. 전망치가 9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이 중 30대 기업 대부분은 3분기(7~9월) 실적마저 주저앉았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우리 경제의 앞날이 더 걱정이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마비상태에 놓인 가운데 생산·소비·투자가 동반 감소하는 ‘트리플 침체’에 빠져들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1997년과 같은 제2의 외환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뒤뚱거리는 오리(레임덕)와 이를 뒤에서 조정하는 비선 실세. 단지 이 두 사람이 온 나라 구석구석을 추위로 떨게 하고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외신도 신랄하게 비판할 정도면 이건 국제적인 망신 수준이다.
이 모든 한파가 지나가고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려면 현 지도부가 바닥에 떨어진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당장 시급한 최순실 사태를 해결하고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 한 사람에 의해 국정이 흔들리는 부끄러운 상황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