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인수ㆍ합병(M&A)시장이 난항을 겪고 있다. 울트라건설과 동부건설이 최근 무사히 주인을 찾았지만, 그 밖의 건설사들은 업황의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으면서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경남기업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본 입찰이 진행됐지만 참여자는 한 곳도 없었다. 지난 7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불발이다. 앞서 5곳이 인수 의향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본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법정관리 중에도 LH 화성동탄2 A48블록 10공구를 비롯해 창녕~밀양 고속도로 공사 등 신규 수주가 잇따랐지만, 건설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재매각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두 차례 매각이 무산된 삼부토건은 당분간 매각을 추진하지 않을 전망이다. 벨레상스호텔(옛 르네상스호텔) 등 핵심자산을 매각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업황 분위기를 지켜보며 적절한 시기에 인수자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두 번이나 매각에 실패한 STX건설은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 실패할 경우 청산 절차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 주택경기를 낙관하기 어려운 데다 해외사업 역시 난항을 겪고 있어 앞으로도 매수 주체를 물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금을 투입해 인수할 만큼 건설사를 매력적인 매물로 판단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초엔 시평순위 4위 대형사인 대우건설도 M&A시장에 나온다. 대우건설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매각 추진 계획을 공식 의결했다. 현재 KDB밸류제6호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전량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PEF의 만기가 내년 10월인 만큼 1월 말이나 2월 초께 매각공고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 2011년 산은은 대우건설 인수에 주당 1만5000원, 약 3조2000억 원을 투입했지만 대우건설의 현재 주가는 6000원을 겨우 웃돌고 있다. 산은 입장에서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업계는 대우건설의 매각 역시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실이 지속되는 해외사업과 달리 주택사업은 이익이 나고 있지만, 내년부터 민간주택 수주가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돼 인수에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국내 건설 수주를 전년 대비 13.6% 감소한 127조 원 수준으로 보는 등 주택사업이 불황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1조 원을 훨씬 웃도는 시장가격 역시 부담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1조3000억 원 수준이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의 해외부문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회사 규모와 건설업황을 감안하면 국내외에서 적절한 매수 주체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