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트럼프 행정부와 금융규제 완화

입력 2016-11-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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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금융산업의 관점에서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금융규제 완화이다. ‘도드-프랭크(Dodd-Frank)’ 법안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 금융규제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미국의 금융규제는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행업에 대한 규제가 별로 갖춰지지 않았던 대공황 당시, 특히 주목해야 할 은행이 바로 지금 씨티(Citi)은행의 전신인 내셔널시티(National City)은행이다.

이 은행의 행장이었던 찰스 미첼(Charles Mitchell)은 미국 최대의 상업은행으로 회사를 성장시킴과 동시에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전통적 상업은행의 영역을 벗어난, 투자은행의 영역에까지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즉 그는 끝없이 오르는 주식시장을 활용해 유가증권을 매매하는 행위까지 은행 업무를 확장했으며, 고객들이 유가증권에 문의해 오길 기다리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팔러 다니기까지 했다.

물론 당시 은행들은 법적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없었으나 그는 유가증권을 다루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법적 제약을 벗어나갔다. 그러나 이후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대공황이 발생하자 이러한 무분별한 은행의 활동에 대한 비난이 높아졌다.

급기야 미 의회는 1933년 소위 ‘글래스-스티걸(Glass-Steagal)법’이라 칭하는 ‘상업은행에 관한 법률(Banking Act of 1933)’을 제정해 금융권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으로 분리, 각자 고유 업종에만 종사하도록 칸막이 규제를 신설하게 된다. 한 금융업종에서 혼란이 발생해도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이 법의 적용으로 상업은행이었던 JP모건에서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가 떨어져 나오게 된다.

이후 이 법은 미국 금융산업의 대표적인 규제로 계속 그 지위를 존속해 나갔지만,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유럽의 은행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은 채 오히려 역으로 은행 및 증권업 등을 겸하는 ‘유니버설 은행(Universal Bank)’으로 덩치를 키워 나갔다. 오늘날 독일 및 스위스의 은행들이 모두 이러한 유니버설 은행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미국식 칸막이 제도를 답습하고 있던 영국도 1986년 금융산업의 ‘빅뱅’을 시행함으로써, 칸막이를 완전히 제거함과 동시에 각종 규제도 원천적으로 없애는 과감한 개혁 조치를 단행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의 금융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그러자 금융규제 완화에서 뒤처졌던 미국도 1999년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취임한 이후 66년간 존속되어 온 글래스-스티걸법을 폐지하는, 소위 ‘그램-리치-브라일리(Gramm-Leach-Bliley)’ 법안을 통과시켜 칸막이를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런데 이후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재발하자 오바마 행정부는 다시 금융규제로 방향을 틀어, 대공황 이후 가장 광범위한 금융규제법으로 알려진 도드-프랭크 법안을 통과시키게 된다. 주요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 및 감독 강화, 금융 감독기구 재편,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특히 ‘볼커 룰(Volcker Rule)’로 알려진, 은행들의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를 담고 있다.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금융규제가 경제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대형 은행들은 더욱 거대해지는 한편, 지역 금융기관은 하루에 한 개꼴로 사라지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판단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다른 법안으로 대체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시계추처럼 규제와 규제 완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미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어떠한 결과를 내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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