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감세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일본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정책 기대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 일본증시 강세 등 긍정적 선순환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엔저 현상이 너무 과도하게 진행돼 이런 긍정적 순환이 곧 깨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불안 요소의 첫 번째로 미국, 일본의 장기금리(10년물 국채 금리) 차이에 비해 너무 과도한 엔저를 꼽았다. 지난 2001년 이후 장기금리 차이와 달러·엔 환율의 추세를 고려하면 25일 장기금리 차이(2.33%포인트)가 가리키는 달러·엔 환율은 105.50엔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엔저가 그보다 훨씬 큰폭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 일시적으로 113엔대까지 치솟았다.
사사키 도루 JP모건체이스 시장조사본부장은 “장기금리와 달러·엔 환율의 상관관계가 줄어들기 전인 2001년부터 2013년까지의 데이터로 계산하면 최근 달러·엔 적정 환율은 102엔 정도”라며 “또 지난해 경상수지와 장기금리 차이를 종합적으로 계산한 모델에 따르면 내년 적정 환율도 103엔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사사키 본부장은 엔화 약세가 장기금리 차이에 비해 과도하게 진행된 원인으로 트럼프 정책 이외 두 개의 손절매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통령선거 전에 엔화 매수 포지션과 글로벌 투자자의 채권 매수 포지션이 축적된 상황에서 트럼프의 깜짝 승리로 글로벌 채권 금리가 치솟자 투자자들이 앞다퉈 포지션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이제 이런 포지션이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에서 트럼프가 달러화 강세를 억제하는 발언을 내놓으면 엔저가 언제든지 엔고로 돌아설 수 있다고 신문은 경고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최근 강연에서 “2014년에서 올해까지의 달러화 강세에 따른 긴축 효과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2%포인트 올린 것과 맞먹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이외 시장 변수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엔화 가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다음 달 초 의회 권한을 대폭 축소하기 위한 개헌 국민투표가 시행된다. 그동안 의회의 반발에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투표에서 개헌이 실패하면 물러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반(反) 유럽연합(EU) 정당인 오성운동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또 내년 들어서도 3월 네덜란드 총선, 4~5월 프랑스 대선·의회 선거, 9월 독일 총선 등 대규모 정치 이벤트에서 반 EU 세력이 약진해 엔화에 매수세가 대규모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 경제의 불안도 엔저 추세를 뒤집을 수 있는 불안요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