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5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 예산안에 쪽지예산은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 예산안에 여야 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여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이 증액 예산에 대거 반영되면서 쪽지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급히 간담회를 열어 해명한 것이다.
예결위 자료에 따르면 상임위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증액을 요청한 사업은 총 4000건이 넘고 금액으로는 40조 원에 달한다. 이 중 예결특위는 5조1424억 원을 증액 예산으로 확정했다. 이 5조 원 정도가 쪽지예산으로 분류된다.
박춘섭 실장은 이 예산을 쪽지예산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은 예산심사 책자에 4000건의 사업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꼼수’라는 게 기재부 예산실 출신 공무원들의 말이다. 사실상 쪽지예산은 없어졌다. 예전에는 의원실에서 진짜 쪽지나 팩스 등으로 예산을 요청했지만 이게 문제가 되면서 없어졌다.
최근에 쓰는 방식은 의원실에서 예산을 요청하면 기재부는 상임위나 예결위에서 질의하거나 서면으로라도 질의하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책자에 기록이 남고 이 사업은 쪽지예산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런 쪽지예산이 40조 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걸 또 의원들과 예산실 고위 공무원들이 막후에서 조율해서 5조 원만 통과시킨 것이다.
예전에는 예산실 총괄과장이 쪽지예산을 요구한 국회의원 이름까지 넣어서 엑셀파일로 만들어서 다녔으나 몇 번 유출이 되고 언론에 기사화돼 논란이 된 이후로는 의원 이름은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쪽지예산의 문제점은 제대로 심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 본예산안에 들어가려면 우선 각 부처 예산에 포함돼야 하고 예산실의 이중, 삼중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아무리 여당 실세 의원이라도 이 과정을 피할 수는 없다.
예산실 출신 A 공무원은 “TK(대구·경북)정권에서는 본예산안에 TK예산이 많이 들어가면 문제가 되니까 주로 이런 식으로 쪽지예산을 통해 지역구에 배정됐다”며 “예산실에도 요직에 TK출신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