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극찬한 중국의 인프라 투자 이면에는 사실상 막대한 부채를 숨기는 꼼수가 있었으며 이는 나중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당시 “중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다리를 만들고 시속 350마일(약 563km)의 고속철도를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표방한 경기부양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 각 지방정부들은 인프라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는 대신 펀드 형태로 개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오는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중국 저장상의 중소도시인 원링시는 항만 근처의 대형 교량을 포함해 고속도로 건설에 12억 달러(약 1조4050억 원)를 투입했다. 이 비용을 조달하고자 원링 시정부는 중국은행(BOC)과 팀을 이뤄 ‘산업펀드’를 설립했다. 시정부가 산업펀드의 20%인 1억9000만 달러를 ‘시드머니’로 제공하고 BOC가 나머지 자금조달을 책임졌다. 이후 BOC는 연간 수익률 약 4%를 약속하며 그림자금융의 일종인 자산관리상품(WMP)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인프라 건설로 예상되는 수익을 분배한다는 계획으로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는 채무를 위장하려는 방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상 수익이 나오지 못하면 개인투자자들이 원금을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해당 고속도로 프로젝트 재무책임자인 셰메이핑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BOC와 계약한 것은 원링시의 빡빡한 재정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며 “일단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고 변명했다. BOC는 언급을 거부했다.
산업펀드는 인프라 지출을 통한 성장 촉진에 몰두하면서도 불필요한 프로젝트에 돈이 낭비되는 것을 우려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합법적이고 인기 있는 해결책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미 원링시 경우와 비슷한 산업펀드가 수백 개 있다. 광둥성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서 상하이의 항만 확장 공사, 허베이성의 첨단기술 공업단지 조성 등 범위도 다양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잭 위안 애널리스트는 “재무장부에 노출되지 않는 자금조달 창구를 통해 은행이 신용을 확장하면서도 이를 감추고 있다”며 “때때로 공공-민간 파트너십이라는 형태로 이런 사실상의 부채가 인프라와 기타 지방정부 프로젝트에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