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1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총수들과 만난다. 대선 기간 자신의 각종 정책을 비판해온 정보·기술(IT) 업계 인사들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초대장은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와 트럼프의 사위 자레드 쿠시너, 고문 역할로 트럼프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명의로 발송됐다. 어떤 IT 기업 총수가 초대장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단 시스코시스템스의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와 오라클의 사프라 카츠 공동 CEO 등이 초대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의 주축 역할을 하는 페이스북이나 애플 알파벳 등은 CEO의 초대 여부나 참석 계획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거부한 상태다. 대선 기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공개지지했던 멕 휘트먼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CEO는 불참한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와 트럼프는 대선 기간에 공개적으로 비난을 주고 받았다. 트럼프는 아이폰 정보 공개를 두고 연방수사국(FBI)의 테러 수사에 비협조적인 애플을 공개 비판하며 애플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외국에서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 역시 애플과 같이 중국에 생산 라인을 둔 IT 기업들에게는 반가울리 없다. 이에 실리콘밸리에서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공개 지지한 IT 기업 총수도 상당히 많았다.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승리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주가는 대선 이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차기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가 이들 사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와 IT 기업 총수들이 처음 대면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이 트럼프와 실리콘밸리가 화해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1일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거센 질타를 퍼부었기 때문. 대선 기간 트럼프는 미디어가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다고 비판해왔다.
한편 지난주 트럼프는 블랙스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제너럴모터스(GM) 등 제조업과 금융 기업 경영자들을 초청해 ‘대통령 전략 및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실리콘밸리 기업 경영인은 없었으며 IT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지니 로메티 IBM CEO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