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형 퇴직연금펀드 적립금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6월 9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투자 비중은 국내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성과는 해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퇴직연금펀드 순자산 총액은 지난 6월 10일 9조2억 원으로 처음 9조 원대를 돌파한 후 11월 1일 9조47억 원을 기록했다.
퇴직연금펀드 총 759개 상품 가운데 국내펀드 비중은 82.47%로 쏠림 현상이 컸다. 다만 올해 신규로 설정된 198개 상품 가운데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는 127개로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신규펀드 가운데 해외주식 비중이 국내주식과 비교해 약 2배 이상 높았다.
전체 유형별로는 채권혼합형과 채권형 등이 전체 퇴직연금 규모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했다. 올해 공모 퇴직연금펀드 시장의 신규 상품은 지난 1일 기준으로 198개가 출시됐고, 유입 규모는 약 2859억 원에 달했다. 신규 상품 역시 변동성이 낮은 채권혼합형(1502억 원)과 채권형(425억 원)으로 자금이 몰렸다.
자금은 국내 유형으로 몰렸지만 수익률에서는 해외 유형이 두드러지는 성과를 보였다. 퇴직연금펀드 유형별 수익률(3년간 연평균 수익률 기준)을 살펴보면 국내주식형을 제외한 모든 유형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주식 혼합형은 가장 높은 11.3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뒤이어 해외채권형(10.99%), 국내채권형(10.47%) 순의 성과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펀드평가 관계자는 “코스피의 경우 올해 상반기엔 좋았지만 하반기엔 많이 나빠졌다. 국내 채권은 좋긴 했다”며 “해외 쪽은 다양한 자산 배분을 통해 투자를 가져갔던 게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수익률이 높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퇴직연금에서 국내형으로 자산이 몰리는 현상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의 경우 자발적 가입이 아닌 만큼 과거 수익률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안정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규석 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연금마케팅본부 상무는 “퇴직연금펀드는 자발적으로 가입한 게 아니다. 때문에 이해하기 쉬운 국내주식형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문제는 들어온 이후에 수익률이 떨어지는 등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상무는 “과거 수익률을 보고 오는데 올해 전체적으로 주식이 하락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며 “국내 주식형에만 쏠리기 보단 자산배분형 재간접펀드 등 다른 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판단하기 어려우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퇴직연금마케팅팀 차장은 “원론적으로 결국 자산배분을 해야 한다. 올해 해외가 좋다고 자금을 그쪽으로 몰면 안 된다”면서 “실질적으로 해외나 국내, 채권, 주식 등 넓게 자산 배분했던 곳이 위험지수 대비 수익률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은퇴 시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은퇴 시점이 가까울수록 채권형이나 예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퇴직이 아직 많이 남은 경우에는 안전한 선진국 채권에 눈을 돌리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