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p 낮춘 2.4%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라는 겹악재에 눌리면서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KDI는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될 땐 2%대 초반까지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DI는 7일 발표한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 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이 같이 내다봤다. KDI가 전망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2.4%는 지난 5월에 내놓은 2.7%보다 크게 떨어진 지표다.
김성태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한국경제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도 점차 둔화되면서 내년에 2.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KDI 보고서는 내년도 민간소비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질소득 개선효과가 축소되고 올해 소비확대 정책의 효과가 사라지면서 증가세가 축소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수출 부진이 일부 완화되면서 회복되겠으나, 제조업 가동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회복세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최근의 증가세가 비교적 크게 축소되겠으나,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대체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세계교역량 증가세의 구조적 둔화와 수출경쟁력 약화 등으로 낮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흑자폭이 축소되겠으나, 큰 폭의 흑자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유가상승의 영향이 반영되겠으나, 기대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고 성장세도 완만함에 따라 1%대 초반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인구구조 변화와 기업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점차 축소되는 가운데, 실업률은 올해보다 소폭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KDI는 내년에도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추가로 하향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수출과 내수 부진에 이어 정치 불확실성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끌어 내릴 수 있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김 연구부장은 "정치 불안은 가계에 예비적인 목적, 기업에 의사결정지연 등의 영향을 줘 소비와 투자 모두가 내려가게 된다"며 "추가로 기업은 생산둔화에 이어 노동 공급ㆍ수요 감소 등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경제 전반에 안좋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정치 불확실성이 방향만 잡히면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충분한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면 경기 둔화를 일부 완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으로 신흥국의 경기가 급락하거나, 중국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