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를 앞두고 있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무효 소송이 다시 시작된다.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이 재판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함종식 부장판사)는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소송 변론기일을 내년 3월 20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애초 이 사건은 오는 15일 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를 확인한 뒤 추가 심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성신약 측은 지난 6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언론 기사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특검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공단 수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수사 내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최순실(60) 씨 국정개입 사건을 수사할 특검은 국민연금과 삼성물산의 내부 공모가 있었는지,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하는 과정에 정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문제없이 합병이 진행되도록 청와대가 힘써 줄 것을 기대하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성신약을 비롯한 옛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성신약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정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그 근거로 합병이 최근 5년 동안 삼성물산 주가가 가장 낮을 때 이뤄졌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일성신약 측은 국민연금을 상대로도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공개 주요정보를 이용한 국민연금의 주식매매로 피해를 봤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신청 사건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