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가결되면서 박 대통령은 최장 6개월 동안 사실상 관저에 칩거하게 된다. 탄핵소추의결서를 전달받는 즉시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직무가 정지된다는 현행 법규정에 따라서다. 관저 칩거 기간 중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뒤집고 특검 수사에서 무고함을 밝혀내기 위한 노력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가 180일 안에 탄핵심판 절차를 마쳐야 한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최장 내년 6월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이에 따라 사실상 박 대통령은 길면 6개월 이상 관저에 칩거하게 된다. ‘대통령’ 호칭은 유지되지만 사실상 국정운영 권한이 없는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앞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3월12일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같은 해 5월14일 헌법재판소 기각 결정 전까지 두 달 동안 관저 안에 주로 머물렀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주로 신문과 책을 읽고 주말마다 가족과 산행을 하는 비공식 일정을 주로 소화했다. 또 기자단과 산행을 하거나 참모진과 식목일 행사를 함께하는 등 가끔 단체 일정에도 나섰다.
박 대통령의 경우도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외부 활동은 더욱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 가결 후에도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국정수행 지지율이 4∼5%로 떨어진 만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운신의 폭이 좁아진 박 대통령은 주로 관저에 머물면서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대비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날 탄핵 가결 이후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도 박 대통령은 향후 행보에 대해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탄핵심판과 특별검사 수사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 만큼 법적 대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특검 수사에 대비해 4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관이나 재판연구관 또는 판사 출신 변호인들을 별도로 선임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권한대행 보좌 체계로 재편될 청와대 참모진으로부터 주요 현안에 관한 최소한의 보고를 받으면서 국정 흐름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도 직무정지 상태에 놓이기는 했지만 국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도 참모진의 현안 관련 보고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