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더십 공백으로 산적한 경제 현안에 대한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예고하고 있고, 중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폭풍으로 금한령(禁韓令·중국의 한류수입 금지)을 강화하는 등 어느 때보다 위기관리가 중요한 시점이지만 국정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서 우리의 경제외교 전략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한국의 과도한 대미무역흑자 등에 불만을 표시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1월 20일)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현실화할 수 있다.
중국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고강도 세무조사를 한 데 이어, 사업장에 대해서도 소방·위생·안전점검 등을 벌이고 있다. 또한, 한류 스타의 출연을 막는 데다 비관세장벽도 높이고 있다.
일본은 통화스와프 협상의 중단을 시사했지만 경제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권한이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한국 외교는 ‘현상유지’에 주력하게 될 전망이다.
외교정책 추진 면에서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결정은 그 시급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은 내려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 때 외교안보수석을 맡았던 천영우 전 수석은 “대통령의 임기가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임기 이후에까지 영향을 미칠 새로운 계획이나 정책을 내세운다든지, 이미 정해진 큰 정책의 틀을 바꾼다든지 하는 것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연내 개최를 추진해 온 한·중·일 정상회의가 미뤄졌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황 총리 대리 참석)에 이어 정상외교의 연이은 공백 사태로 경제 손실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외교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외교는 없다고 밝혔다. 내년 첫 다자 정상회의는 독일에서 내년 7월 7일 개최 예정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다.
한 외교 전문가는 “6개월간 정상외교가 없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일 뿐 아니라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탄핵정국 속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