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서류 전형에서 최종학교 졸업시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졸업 후 3년 이상이 지난 입사지원자의 경우, 아무리 다른 스펙이 우수하더라도 서류를 통과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14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00개사의 인사담당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크리벳 이슈 브리프(KRIVET Issue Brief)’ 제112호·제113호 ‘한국의 청년 채용시장 I·II’를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대기업은 서류 전형 시 최종학교 졸업시점을 100점 중 19.6점으로 가장 중시했다. 다음으로는 졸업평점 16.2점, 전공의 직무적합성 14.7점, 출신학교 14.5점 순이었다. 어학능력(10.3점), 자격증 보유(9.5점), 해외취업·어학연수(6점) 등의 중요도는 크지 않았다.
졸업 후 1년 이내인 경우에는 졸업예정자와 선호도가 비슷했다. 그러나 졸업 후 1년이 지나면 선호도가 점차 하락하다가 3년 이후부터는 급감했다.
보고서는 최근 대학생들의 졸업유예가 사회 문제화 되고 있는 배경에는 서류전형에서 최종학교 졸업시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졸업시점, 졸업 평점, 전공의 직무적합성, 출신 대학 중 어느 하나라도 좋지 않을 경우 다른 스펙이 아무리 좋더라도 서류 통과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졸업 후 3년이 지난 지원자의 경우, 졸업 평점이 4.0점 이상으로 높다 하더라도 서류전형 통과 가능성은 7.8%에 불과했다. 이는 졸업 평점이 3.0점 미만인 졸업예정자와 동일한 수준이다.
또 졸업 후 3년이 지난 지원자가 직무와 완전히 연관된 전공을 이수했다고 하더라고 서류전형 가능성은 6.1%였다. 이는 직무와 무관한 전공을 이수한 졸업예정자(12.6%)보다 낮은 수준이다.
면접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도덕성·인성을 100점 중 23.5점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어 팀워크 13.6점, 문제해결능력 13.6점, 인내력 13.3점 순이었다.
인사담당자들은 다른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도덕성·인성이 부족하면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요하기보다는 필수 조건에 가깝다고 밝혔다.
또 어떤 일을 하든지 요구되는 일반적인 능력인 직업기초능력이 회사에 대한 직무 관련 기초지식보다 중요도가 높았다.
도덕성·인성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후보자는 다른 능력이 뛰어나도 합격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채창균 선임연구위원은 “졸업시점을 기준으로 한 기업의 차별적 채용 관행을 막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덕성·인성은 대학교육 이전에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에서도 단순한 전공지식의 주입 교육을 넘어서서 직업기초능력이 자연스럽게 배양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