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가자 중국이 드디어 발끈했다.
중국 정부는 물론 관영언론과 싱크탱크 등이 일제히 ‘양국의 협력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며 미국에 강력하고 노골적인 경고장을 보냈다고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전날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잇따라 나왔다. 트럼프는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해 대중국 저격수로 명성이 높은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UCI)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 산하 온라인 장터 타오바오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짝퉁시장 블랙리스트에 4년 만에 다시 올랐다. 사실상 미국이 중국에 무역전쟁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중국은 트럼프의 환율조작국 지정 예고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는 발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유출 가속화 등으로 이미 미국에 대한 감정이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른 상태였다.
특히 중국 관리들과 학자들은 트럼프가 내년 1월 취임 이후에는 사업가적인 기질을 발휘해 강경 기조를 완화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었으나 대표적 반중국 인사인 나바로를 자문으로 앉히자 충격을 받았다고 FT는 전했다. 칭화대의 주닝 금융학 교수는 “중국 관리들이 사업가로서 트럼프가 협상에 열린 마음을 가질 것으로 희망했다”며 “그러나 그런 ‘매파(나바로)’를 핵심 직책에 임명해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적 입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양대 주요국은 상호이익을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 협력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트럼프가 나바로를 지명하기 수 시간 전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미국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새롭고 복잡하며 불확실한 요소들에 직면했다”며 “두 강대국이 서로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일침을 날렸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 등 관영언론들은 연일 트럼프에 대한 비판 사설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상무부와 연계된 싱크탱크인 중국세계무역기구연구회의 추이판 연구원은 “중국은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무역 행동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발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싱크탱크 중국과세계화센터의 허웨이원 부소장도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미국 수출에 보복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관들은 트럼프가 현재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전현직 미국 관리들과 여러 차례 회동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70년대 미·중 수교에 큰 역할을 했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이달 초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미국 전현직 관리들은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와 접점이 없어 중국은 트럼프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속화할 전망이어서 위안화 가치 하락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자본유출을 억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