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간 부적절한 거래를 추적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7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불러 조사한다.
특검은 이날 오전 9시30분 문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과정에서 혐의점이 확인되면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회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견을 내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합병을 위해 홍완선(61)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유임되도록 한 의심도 받는다. 문 전 장관은 지난달 24일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청와대의 지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홍 전 본부장은 지난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생략하고,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논란을 빚었다. 특검은 26일 홍 전 본부장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한 뒤 사무실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이 문 전 장관을 통해 박 대통령이나 안종범(57) 전 청와대 수석과의 의사전달 구조를 밝혀내면 삼성과 박 대통령에 대한 혐의 추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은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미르·K스포츠 재단을 거치지 않고 최순실(60) 모녀에게 수백억 원을 직접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일찌감치 특검 수사 1순위 타깃으로 꼽혔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지난해 7월 10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같은달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8일 후인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했다. 이후 삼성은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의 전신인 '코레스포츠'와 220억 원대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80억여 원을 실제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