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8일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긴급 체포하면서, 삼성과 박근혜 대통령 간의 대가성 거래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날 오전 1시 45분께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문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했다. 전날 오전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문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하던 특검은 문 전 장관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조치했다. 현행법상 영장없이 피의자를 체포하면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문 전 장관이 구속되면 특검 출범 이후 첫 구속자가 된다.
특검은 전날 문 전 장관을 상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 개입한 정황과 함께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추궁했다. 조사 내용에 따라 청와대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경우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도 불가피하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거나 최순실(60) 씨 모녀에게 거액의 지원금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실무진은 물론, 박 대통령과 독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 입장에서는 문 전 장관으로부터 청와대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안 전 수석을 27일 동시에 불러 조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특검은 이미 삼성 합병 찬성이 기재된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비망록)를 확보했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 장관 당시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원회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견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 전 장관은 지난달 24일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장관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는 반면 홍완선(60)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복지부 관계자들은 특검에서 문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본부장의 진술과 문 전 장관 체포로 ‘박 대통령-삼성그룹’ 사이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겨냥한 특검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검은 조만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 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삼성의 핵심 수뇌부를 잇달아 불러 최순실 일가 특혜 지원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출국금지 상태인 이 부회장도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는데, 직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를 놓고도 보은성 인사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