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완화를, 중국과 대만 관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존의 대(對)중, 대러 관계를 재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제45대 미국 대통령 공식 취임식을 일주일 앞둔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러시아에 대해 한 제재를 해제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중국의 양안 관계 원칙인 ‘하나의 중국’ 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란 뜻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대선 개입과 관련해 러시아에 가한 제재에 대해서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실제로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려는 누군가를 왜 제재해야만 하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리와) 만나고 싶어하는 것을 이해한다. 이는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푸틴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의 친(親)러시아 태도는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함해 모든 것이 협상 중(under negotiation)”이라고 답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한 이후 이 원칙을 지지해 왔으나 지난달 초 트럼프는 그간의 관례를 깨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마찰을 빚었다. 차이잉원 총통과의 전화 통화에 대해서는 “우리는 지난해 대만에 20억 달러어치의 군사장비를 수출했다”면서 “그런데도 (대만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수 없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것 자체가 아주 무례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대선 공약과 관련해선 취임 날부터 이러한 조처를 하진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먼저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중국은 ‘우리 통화를 평가절하하고 있다’라는 말 대신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며 “떨어지는 게 아니라 중국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