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비수기인 1분기에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분기 영업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통상 세트 업체들은 1분기에 제품 기획에 들어가고, 3분기부터 제조를 위해 메모리를 구매한다. 업계 고정관념을 깨는 이 같은 실적 예상은 메모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세트 업체들이 반도체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구매를 더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역대 최대인 4조9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는 올 1분기 5조 원을 크게 넘는 영업이익으로 또다시 분기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은 무려 5조 원 후반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단가(ASP)가 각각 13%, 5% 증가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5조800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1조500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5분기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한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2조 원을 돌파,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 확실시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도 D램과 낸드 가격 강세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8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또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만큼,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이익 2조 원 시대를 개막하고 연간으로는 7조70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는 가격 상승세도 무섭다. 전날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표준제품인 DDR3 4Gb(기가비트)의 평균 고정거래가격(1월 25일 기준)은 2.6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집계된 평균 가격 1.94달러에 비해 38.66% 상승한 것이다. 이는 PC용 DDR3 4Gb 제품의 고정거래가가 처음 집계된 2012년 7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낸드플래시 64Gb MLC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같은 기간 9.56% 오른 2.98달러를 기록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1분기뿐 아니라 2분기 역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 적게는 7조 원, 많게는 최대 8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합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도체 비수기에 이 같은 실적을 거둔다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이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