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한동안 불공정 무역 등을 이유로 멕시코와 일본을 순차적으로 비난했다. 이는 트럼프 입장에서 봤을 때 다루기 쉬운 나라를 먼저 상대하는 패턴을 보여준 것.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과의 정상회담으로 거래를 끝낸 트럼프가 다음 타깃으로 독일과 중국을 겨냥할 것이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에 대한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트럼프는 대미 무역 불균형의 또 다른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과 독일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 안보 측면에서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경제 규모도 큰 만큼 트럼프가 중국보다는 독일을 우선으로 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트럼프의 무역책사인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유로화의 ‘마르크화’를 지적하며 독일에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그는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화는 사실상 상당히 저평가된 마르크화”라며 “독일은 이런 통화 약세를 이용해 유럽연합(EU)의 다른 나라와 미국에 대한 약탈을 계속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씨티그룹은 “미국과 독일 중상주의의 대립”이라며 “미국의 환율전쟁 선언과 같다”고 나바로의 발언을 평가했다.
씨티그룹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나는 트럼프 정권이 독일의 지속적인 중상주의에 대해 유로화 강세 유도로 맞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독일 등 유로존 핵심 국가는 낮은 인플레이션에 허덕이게 되고 이탈리아 등 주변국의 취약성은 더욱 심해져 1990년대 이후 일본이 직면한 것과 같은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또다른 시나리오는 독일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로존 전체가 낮은 인플레이션에서 탈피할 수 있지만 버블이 커져 결국 붕괴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이는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거품 경제를 연상시키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은 올해 네덜란드와 독일의 총선, 프랑스의 총선과 대선 등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시장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