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그림자금융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자산관리상품(WMP)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집계에서 은행 장부에 잡히지 않는 WMP 규모가 지난해 12월에 26조 위안(약 4350조 원)을 넘어서 1년 전보다 30% 증가했다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은행대출 증가율 10%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인민은행은 “WMP의 팽창은 경제 전반에 리스크를 키우고 정부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감축)’ 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WMP는 신탁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출시한 금융상품을 은행들이 판매하는 구조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가 지난 2014년 말 WMP에 대한 규제안을 발표하는 등 관리에 나섰지만 경기둔화 속에 많은 투자자가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WMP에 몰렸다.
특히 이 상품은 예금처럼 지급보증이 되는 것이 아니지만 은행이 중간에 있어서 투자자들이 안전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투자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도 정부의 자기자본 규제를 피하고 대출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WMP를 활용해왔다. 이에 WMP는 금융당국의 통제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그림자금융 팽창의 주범으로 꼽혔다.
인민은행은 이번 분기부터 신용 확대와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리스크를 좀 더 잘 진단히기 위한 ‘거시 건전성 평가(Macro prudential assessment)’ 시스템에 장부 외 WMP도 포함하도록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인민은행은 은행의 전반적인 건전성을 평가할 때 대출과 채권, 주식 투자, 환매조건부채권(레포), 타 금융기관 대출 등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WMP 판매액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자본확충 부담도 커지는 등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은행은 “WMP와 리스크 분할, 차익 거래, 암묵적 상환 보증 등과 같이 은행 장부에 잘 나와있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며 “투자자들도 스스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