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드디어 개장! 도심 속 공중정원 ‘서울로 7017’ 가보니

입력 2017-05-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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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도시 서울 감상을 위한 최고의 착상…하지만 다소 아쉬운 콘텐츠 구성…

▲20일 시민에게 처음으로 개방한 '서울로 7017'을 방문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처음 발을 디디는 순간에는 “와!”라는 탄성을 먼저 외치곤 했다.(김정웅 기자 cogito@)
▲20일 시민에게 처음으로 개방한 '서울로 7017'을 방문한 대다수의 시민들은 처음 발을 디디는 순간에는 “와!”라는 탄성을 먼저 외치곤 했다.(김정웅 기자 cogito@)

◇“와! 진짜 좋다!!!”

안전등급 D등급의 서울역 고가도로를 서울시가 3년을 공들여 도심 속 공중정원으로 재생시킨 ‘서울로 7017(이하 서울로)’. 20일 시민에게 처음으로 개방한 서울로 위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기자의 입에선 절로 탄성이 나왔다. 기자 뿐만 아니라 개방을 맞아 방문한 대다수의 시민들 역시 처음 서울로에 발을 디디는 순간에는 “와!”라는 탄성을 먼저 외치곤 했다.

기존에 국내·외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타워, 전망대, 관람차 형식의 시설이 아닌, 걸어다니며 유람할 수 있는 서울 최초의 보행형 고가공원. 남산의 ‘N서울타워’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전망이 TV 화면이었다면, 서울로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VR(가상현실)영상이라고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과연 좌우로 보이는 서울역, 숭례문 등의 랜드마크와 잘 정비된 고층 건물이 이루는 스카이라인을 공중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서울로는 충분히 가치있는 발상이라고 평할 만 했다.

동대문구에서 왔다는 박균례(81세, 여)씨 역시 “정말 좋네요. 옛날 버스 다니던 길로 걸어다닐 수 있게 됐다는게 놀랍고, 남대문과 서울역이 다 내려다보이니 마음이 시원한 기분이에요”라고 말했다.

▲보행길을 표방한 '서울로 7017'이 보행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은 아쉬웠다. 시민들이 붙인 의견에는 '다 좋은데 길이 좁아서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사진 왼쪽 상단). 좁은 공간에 설치된 무대나 트램펄린 등이 시민 보행에 방해를 주기도 했으며(사진 왼쪽 중단,하단), '씽씽이' 등의 보행수단을 타는 어린이에 대한 제지가 없어 불편이 야기되기도 했다.  (김정웅 기자 cogito@)
▲보행길을 표방한 '서울로 7017'이 보행하기가 불편하다는 점은 아쉬웠다. 시민들이 붙인 의견에는 '다 좋은데 길이 좁아서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사진 왼쪽 상단). 좁은 공간에 설치된 무대나 트램펄린 등이 시민 보행에 방해를 주기도 했으며(사진 왼쪽 중단,하단), '씽씽이' 등의 보행수단을 타는 어린이에 대한 제지가 없어 불편이 야기되기도 했다. (김정웅 기자 cogito@)

◇최고의 발상 공중 보행로, 하지만 보행에 불편함도 많아…

그러나 서울의 하늘을 걸으며 바라보는 공원이라는 최고의 착상을 뒷받침해주기에는 서울로의 구성은 굉장히 아쉬움이 많기도 했다. 대표적인 문제는 보행을 위해 탄생한 서울로가 바로 그 ‘보행’이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서울시는 서울로에서 시민들에게 도심 속 수목공원을 제공하기 위해 서울로에 식물이름에 따라 가나다 순으로 늘어놓은 화분을 조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화분이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를 주고 있었다.

중랑구에 사는 이예진(27, 여)씨는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다”며 “화분이 통행의 방해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화분에 꽃도 피어 있지 않아서 화분이 놓여진 의미가 퇴색된 감이 있다”고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종로구 삼청동에 사시는 이종욱(62, 남)씨 역시 “회색조로 화분과 땅바닥이 놓인 공원이 생각보다 너무 단조롭고 엉성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로의 화분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것은 화분만이 아니었다. 서울로는 활용가능한 공간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욱여넣었다는 느낌을 주는 콘텐츠가 많았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트램펄린의 설치나 화분이 가장 많이 설치된 곳 바로 옆에 마련한 공연무대 등은 나름대로 가치있는 볼거리와 즐길거리였지만 공간구성의 측면에서는 큰 아쉬움이 있었다.

이밖에도 원래는 통제돼야 할 어린이들의 ‘씽씽이’ 탑승이나 바퀴달린 신발 착용 등에 대해 아무런 제재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곳곳에서 부딪히는 시민도 있었다. 여러모로 ‘보행자 전용길’인 서울로에 대한 서울시의 세심한 운영 지침이 아직은 부족해 보였다.

▲‘슈즈트리’는 실패작이었다. '서울로 7017'에서 '슈즈트리'가 잘 보이는 서울역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어휴 흉물스러워라”, “유튜브에 올라온 그 흉물이 이거래!”, “차라리 이걸 열대지방 못 사는 사람들을 주는게 낫지…”와 같은 불쾌감을 드러냈다.(김정웅 기자 cogito@)
▲‘슈즈트리’는 실패작이었다. '서울로 7017'에서 '슈즈트리'가 잘 보이는 서울역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어휴 흉물스러워라”, “유튜브에 올라온 그 흉물이 이거래!”, “차라리 이걸 열대지방 못 사는 사람들을 주는게 낫지…”와 같은 불쾌감을 드러냈다.(김정웅 기자 cogito@)

◇“에구 흉물스러워”…‘문제의 슈즈트리’, 혹평 일색

논란의 ‘슈즈트리’는 실패작이었다. 서울로에서 슈즈트리가 잘 보이는 서울역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의 평가 중에서 “그래 볼만하다”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개의 시민들은 “어휴 흉물스러워라”, “유튜브에 올라온 그 흉물이 이거래!”, “차라리 이걸 열대지방 못 사는 사람들을 주는게 낫지…”, “꼬랑내 엄청 나는 것 같다”와 같은 혹평만을 내놓았다.

실제로 서울로에서 신발에서 나는 악취가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다만 신발 특유의 고무향이 약하게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시민들 대부분이 ‘냄새’에 대해서 언급하며 지나가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슈즈트리라는 구조물이 불쾌감을 주고 있는 것 만큼은 사실인 듯 했다. 중구에 산다는 김광익(62세) 씨는 “중림동 수제화 거리가 가까이 있어 이런 것(슈즈트리)를 만들었다고 들었다”며 “나같이 이 동네 오래 산 사람이야 그런 맥락을 알아도, 여기를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의미를 이해할 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며 회의감을 보였다.

▲서울로는 기존 광화문 광장, 서울역 광장, 서울광장과 같은 한국형 시민 광장 문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엿보였다.  개장일인 이날에도 서울로에서는 장애인의 권익 보호를 주장하는 장애인들의 휠체어 행진과 노숙인들의 서울로 이용을 제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노숙인 단체의 행진이 있었다.(김정웅 기자 cogito@)
▲서울로는 기존 광화문 광장, 서울역 광장, 서울광장과 같은 한국형 시민 광장 문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엿보였다. 개장일인 이날에도 서울로에서는 장애인의 권익 보호를 주장하는 장애인들의 휠체어 행진과 노숙인들의 서울로 이용을 제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노숙인 단체의 행진이 있었다.(김정웅 기자 cogito@)

◇새로운 광장문화, ‘서울로 7017’에서 싹 틀 가능성도

서울로는 기존 광화문 광장, 서울역 광장, 서울광장과 같은 한국형 시민 광장 문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엿보였다. 개장일인 이날 서울로에서는 장애인의 권익 보호를 주장하는 장애인들의 휠체어 행진과 노숙인들의 서울로 이용을 제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노숙인 단체의 행진이 있었다.

노동자들이 권익보호를 위해 고공농성을 선택하는 일이 종종 있어왔던 이유는 높은 곳에서 벌어지는 투쟁의 의미는 보는 이에게 남다르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서울로는 두말할 나위 없는 ‘고공’인데다 ‘걷는 길’이라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때문에 그간 사회에서 소외돼 온 이들이 많이 실시하곤 했던 3보1배나 도보행진 형태의 가두 시위의 장소로 서울로가 선택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는 것을 위의 두 단체의 행진이 시사하고 있었다.

▲서울로 7017이 방문한 많은 시민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제공하는 제1의 콘텐츠는 뭐니뭐니해도 높은 곳을 걸으며 둘러보는 ‘서울의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이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을만한 서울시의 고민이 충분하다면 서울로 7017은 서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김정웅 기자 cogito@)
▲서울로 7017이 방문한 많은 시민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제공하는 제1의 콘텐츠는 뭐니뭐니해도 높은 곳을 걸으며 둘러보는 ‘서울의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이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을만한 서울시의 고민이 충분하다면 서울로 7017은 서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김정웅 기자 cogito@)

◇‘하늘 위를 걸으며 감상할 수 있는 관람로’의 의미 되새길 필요 있어

‘서울로 7017’에 대한 총평은 ‘최고의 착상, 아쉬운 구성’으로 요약할 만 하다. 서울로의 비교대상으로 뉴욕의 하이라인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그만큼 고가를 거닐며 도심을 감상할 수 있는 시설물이 흔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심의 하늘을 걸으며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시설이 수도 서울에 조성됐다는 사실은 서울로의 구성이 어떤식으로 바뀌게 되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공간 구성은 아쉬움이 많다. 아무리 개장초의 많은 유입을 감안하더라도 보행길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기에, 서울로는 걸어다니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 폭 10.3m의 서울로에는 640여개의 화분과 그리고 중간중간 무대 등은 서울시가 한정된 공간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욕심을 냈다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서울로 7017이 방문한 많은 시민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제공하는 제1의 콘텐츠는 뭐니뭐니해도 높은 곳을 걸으며 둘러보는 ‘서울의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이 변하지 않을 제1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을만한 서울시의 차후 운영상의 고민이 충분하다면 서울로 7017은 서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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