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에게는 대기업 못지 않은 탄탄한 중견기업 직원들로부터 직접 회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조언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꼭 취직이 목표가 아니더라도 기업과 채용 절차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습니다.”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중견기업 100만+ 일자리 박람회’는 개장 직후부터 취업준비생과 구직자들의 발길이 몰렸다. 행사를 준비한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박람회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청년 취업난은 높아지는 반면 중견‧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채용난을 겪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중견기업이 맞손을 잡으면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중견기업연합회 산하의 다양한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중견기업 87개사가 참가했다. 업종도 금속, 가구, 기계‧장비나 교육, 숙박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은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는 구직자들을 위해 총 900여 명의 정규직 채용의 문을 활짝 열어 놨다. 박람회에 부스를 마련한 67개사는 복리후생과 직무환경, 연매출, 채용 직군 등의 기업 정보와 함께 현장면접을 통해 채용 절차를 진행했고 20개사는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레미콘제조업에서 최근 인테리어 사업으로 발을 넓힌 유진기업도 이날 박람회에 부스를 마련했다. 김혜영 HI사업부문관리팀 부장은 “신규 사업인 인테리어 사업에서 앞으로 매장을 계속 오픈해나갈 예정이라 이번 기회에 매장 근무할 직원 등을 20~30여명 정도 채용할 계획”이라며 “전문대 이상의 학력에 건축이나 디자인, 설계 지식이 있는 인재라면 두팔 벌려 환영”이라고 귀띔했다.
‘미스터피자’ 브랜드로 유명한 MPK그룹의 기세라 인사 담당자는 “서비스직은 이동이 잦은 직종이라 채용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좋은 기회를 맞아 매장관리직에 10여명의 신입 정규직원을 채용하고자 한다”며 “매장직에서 점장을 거쳐 본사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커리어 패스를 짜 놓은 것이 우리 회사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기업들의 부스 외에도 ‘중견기업 바로알기’, ‘취업준비를 위한 커리어 관리’ 등 취업준비생들에게 유익한 주제로 각종 특강도 진행됐다. 다른 한편에서는 진로적성검사‧현장매칭관 상담 코너와 함께 면접 컨설팅 코너가 마련돼 구직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헤어‧이미지 컨설팅을 제공하는 부스에는 개장하자마자 긴 줄이 늘어섰다.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 단체가 눈에 띄기도 했다. 졸업 후 구직을 위해 마에스터고와 특성화고에서 학급 단위로 방문한 학생들이었다. 하남경영고등학교에서 온 고모 양(19)은 “학교에서 채용 박람회가 있다는 걸 안내해줘서 방문하게 됐다”면서 “실제로 기업들을 만나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에서 왔다는 김태전(29)씨는 “제약이나 건설 회사에 지원해 왔는데 방금 현장 면접을 보고 나오는 길”이라면서 “각 부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장 면접에서 통과되면 채용 전형에서 서류 절차를 면제시켜주고 본사 1차 면접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채용에 나선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졸 직군에는 2000만 원대 초반, 대졸 직군에는 3000만 원대 초반의 초봉을 제시하는 곳이 많았다. 반면 이날 참여한 구직자들에게 희망 연봉을 물어보자 3000만 원대와 4000만 원대까지의 대답이 많아 실제로 구직자와 채용자 사이 격차가 엿보였다.
대학생 김태영(27) 씨는 “학교 선배에게서 박람회 정보를 듣고 둘러보기 위해 들렀다”면서 “전공이 무역이라 무역, 유통, 물류 분야의 중견기업에서 일하고 싶다. 한세실업이나 세아상역 같은 탄탄한 중견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꿈이다. 야근이 많다고 들었지만 일을 배울 수 있고 초봉도 높다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주영섭 중기청장은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얼마나 좋은 사람을 많이 유치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미래가 달라진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자리는 기업과 청년의 만남의 장을 주선하는 자리다. 앞으로도 중견‧중소‧벤처 기업군별로 박람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