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비정규직을 과다 고용한 대기업에 부담금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재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말을 아꼈지만, 일자리 정책과 관련한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민간기업 가운데 과다하게 비정규직을 고용한 대기업에 대한 고용부담금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대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세액공제 적용기한 연장 등 세제 지원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2일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특성이 다른데 정부가 획일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한다면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규직은 한 번 뽑아 놓으면 기업이 끝까지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추가 채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기대와 달리 오히려 고용시장이 경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당장 정규직 전환의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내보내는 방향으로 인력을 운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그동안 대기업들이 비정규직 규모를 줄여 오고 있는 것은 무시하고, 공격만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대기업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줄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고, 대부분 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데 마치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정부의 세제지원안에 대해서도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세제 지원이 기업의 정규직 추가 고용 부담을 모두 커버하지는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 정책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만큼 구체적인 안이 나오는 것을 살펴보면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일자리 문제 해법에 대해 각 대기업이 대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니 정부가 충분한 토의를 거친 후 적용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