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의 독감치료제 ‘타미플루’ 복제약(제네릭) 시장을 향한 구애작전이 뜨겁다. 지난 2달 새 53개의 제네릭이 허가받을 정도로 사전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제약사들이 팔지도 못할 제네릭 개발에 열을 올렸던 현상이 8년만에 재현되는 분위기다. 타미플루가 겨울에만 일시적으로 매출이 급등하는 특성상 제네릭 시장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오셀타미비르’ 성분의 제네릭 제품이 59개 허가받았다. 오셀타미비르는 로슈의 인플루엔자 감염증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오는 8월 타미플루의 특허 만료를 대비해 국내업체들이 대거 제네릭 시장 진입 채비를 갖추는 것이다.
타미플루의 높은 시장성에 제네릭 업체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의약품조사기관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타미플루는 지난해 국내에서 59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타미플루 시장에 한발 먼저 진입해 성과를 낸 한미약품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타미플루 부속 성분 중 일부(염)를 다른 성분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특허를 회피해 경쟁 업체보다 먼저 제네릭 시장에 진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204억원(한미약품 집계 기준)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봤다. 타미플루 시장에서 제네릭 제품이 효과적으로 시장에 안착하자 경쟁업체들도 대거 시장에 합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타미플루의 경우 1년 내내 처방이 이뤄지는 만성 질환 치료제와는 달리 특정 시기에만 처방되는 약물이라는 특성상 후발주자도 충분시 승산이 있다는 시각도 많다.
타미플루의 지난해 매출 591억원 중 1분기(262억원)와 4분기(300억원)에 95% 이상 팔렸다. 2015년에는 1분기에 1년 매출 303억원의 82%인 250억원어치 팔렸다. 2014년는 매출의 91%가 1분기에 발생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타미플루는 특정 시기에 처방이 집중되기 때문에 시장 선점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후발주자들도 영업공백기인 독감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영업력을 집중하면 충분히 역전도 가능한 시장이다”라고 분석했다.
국내제약사들이 타미플루 제네릭 시장에 무더기로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국내에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대유행시 국내 업체 10여곳이 타미플루 제네릭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착수했다.
당시 타미플루의 특허가 만료되지 않아 제네릭 판매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타미플루 물량이 부족해 강제실시권이 발동되면 제네릭 판매가 허용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제네릭 개발에 뛰어들었다. 타미플루 제네릭 개발에 나선 업체들은 주가도 폭등하는 수혜를 입기도 했다.
결국 타미플루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제네릭 판매 가능성이 낮아지자 국내업체들도 제네릭 개발을 포기했다. 타미플루 제네릭 개발을 선언한 업체 중 종근당과 대웅제약만이 최종적으로 제네릭 허가를 받았다. 타미플루 특허만료가 6년 이상 남은 2009년과 2010년에 종근당과 대웅제약이 일찌감치 제네릭 시판승인을 획득한 이유다. 다만 종근당은 타미플루의 공동 판매를 진행하고 있어 8년 전에 준비한 제네릭 제품을 팔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특정 시기에 유사 제품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시장 혼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타미플루의 보험상한가가 30mg 기준 1594원으로 비싼 편이어서 제네릭 업체간 가격인하 경쟁도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