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업체들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업체 헥사다이트를 1억 달러(약 1200억 원)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독창적인 해킹 방어기술을 창출하면서 더욱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업체들이 약진하는 배경에는 군(軍)이 있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개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소재 사이버 보안업체 딥인스팅트는 AI의 핵심인 딥러닝을 활용해 컴퓨터 바이러스를 찾아낸다. 현재 바이러스 탐지 기술은 과거와 발견된 바이러스와 프로그램이 일치하거나 일부가 유사한 점에서 단서를 찾는 방법이 주류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새 바이러스를 감지하기 어렵다.
지난 2014년 딥인스팅트를 설립한 가이 카스피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AI의 딥러닝에 착안했다. AI가 스스로 바이러스의 패턴을 학습해 국가 기관이 개발한 미지의 바이러스도 감지하는 것이다.
AI 기술로 주목을 받는 다른 이스라엘 기업도 있다. 켈라그룹(KELA Group)은 텔아비브의 인터넷 감시실에서 전 세계 고객 기업사를 노리는 해커가 있는지 항상 감시하고 있는데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AI다. 해커가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비밀 사이트 등에 AI 기술로 잠입해 채팅 내용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찾는 방식이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사이버리즌은 기업 시스템이 해킹 공격을 받았을 때 AI로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신속하게 감지해 정보 등이 유출되기 전에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이 업체의 발상지는 이스라엘이며 연구ㆍ개발(R&D)은 여전히 현지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 업체 모두 이스라엘 군에서 갈고닦은 젊은 인재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신문에 따르면 군 사이버 부대를 제대한 젊은이들이 차린 스타트업은 벌써 300여 개에 이른다. 이스라엘도 민간 교육 시설이 있지만 군이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사이버 부대가 사실상 보안 기술자를 실전에서 단련 육성한다. 이에 군 사이버 부대인 8200부대를 빗대 ‘8200 키즈’라는 말도 나왔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0년 미국과 함께 이란 핵개발 시설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 핵연료를 만드는 원심분리기를 손상시킨 일이 발각돼 해킹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시켰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최고의 창’인 이스라엘 군에서 단련된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이후 보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18세부터 병역 의무가 있는데 사이버 부대에 들어가기 위한 선발은 2년 전인 16살 때부터 시작된다. 학교 성적을 참고로 하며 군 시설에서 심리 테스트와 수학 시험, 면접 등을 거친다. 2년 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상위 1%의 인력을 추려낸 뒤 반 년간 훈련시켜 실전에 투입한다. 심지어 일찍부터 자질을 인정받은 인재는 중학교 때부터 특별히 사이버 교육을 받는다. 이들 젊은이가 사이버 부대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평균 4년 반이며 다음은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는 등 민간에서 두 번째 인생을 걷는다.
앞으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이런 배경을 지닌 이스라엘 기업들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