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일상을 바꾼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탄생한 지 오는 29일(현지시간)로 10주년을 맞는다. 2007년 6월 초대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후 일어난 스마트폰 혁명은 사람들의 업무와 교류 방식을 바꾸고 음악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을 바꿔놓았다. 동시에 애플 자체도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공동 창업자가 예견하지 못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이폰 탄생 10주년을 맞아 그 역사를 재조명했다.
◇아이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제품=아이폰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제품으로 꼽힌다. 10년간 누적 판매대수는 약 13억 대, 매출은 8000억 달러가 넘는다. 아이폰은 애플을 업계 맹주의 자리에 올려 놓았으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거대한 서비스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상장 기업으로 만들었다. 직원 수는 10년 전의 6배 이상이다.
노키아의 전 간부로 현재는 시장조사업체 아심코의 애널리스트인 호레이스 데디우는 “애플은 모든 측면에서 성장하고 있어 하나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제품 개발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게 하면서 아이폰 사업을 지속시키는 균형을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폰의 성공은 애플의 다른 제품에는 부정적이기도 하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 하나의 제품에 매출의 3분의 2를 의존하고 있다. 그것은 아이폰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내놓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아이폰 사업이 고꾸라지면 회사에 매우 치명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폰의 성공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중국이다. 적절한 타이밍과 스마트 매뉴팩처링, 강한 브랜드 인지도가 어우러져 애플은 세계 최대의 인구를 거느린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미국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중국 시장에 아이폰이 출시된 건 2009년. 당시 중국의 임금은 상승 기류에 올랐는데, 마침 중국 소비자가 아이폰을 그 상징처럼 받아 들인 것이 애플에 순풍이 됐다.
2006년 애플의 매출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는 중화권에서만 23%로 확대했다. 중화권 매출액은 489억9000만 달러로 음료 기업인 코카콜라의 전 세계 매출과 맞먹는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에서 아이폰의 성공이 너무나 극적이었던 만큼 애플의 중화권 의존도가 과도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플 생태계=아이폰은 애플의 자체 생태계 구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이폰 덕분에 애플은 응용프로그램(앱)과 서비스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잡스 생전 시에는 없던 계획이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부분을 맡았던 스콧 포스털에 따르면 오히려 잡스는 앱과 서비스에는 반대했었다. 그래서 앱 스토어를 오픈한 2008년까지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 앱 개발을 개발업체에 개방하지 않았다.
앱 스토어가 시작된 이후 앱은 약 1000억 달러의 수익을 애플에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앱 스토어에 등록된 앱 메이커는 1600만 개가 넘는다. 애플은 또한 ‘애플페이’로 결제 서비스를, ‘애플뮤직’으로 정액제 음악 서비스 사업에도 진출했다. 24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이 서비스 사업은 아이폰에 이어 애플의 두 번째로 큰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잡스의 오른팔이었던 레지스 매케너는 “아이폰이 이른바 ‘면도기와 면도날’ 형태의 비스니스 모델이 됐다”고 말한다. 즉, 아이폰이 본체이고, 소프트웨어가 수염을 다듬는 면도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이 급증하면서 직원도 늘었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약 10만 명을 고용, 2006년에 1만8000명이었던 직원 수는 11만6000명이 됐다. 이렇게 참여한 직원들은 이동통신사와의 관계 관리와 애플 스토어 매장 관리, 두 배로 복잡해진 공급망 관리를 맡고 있다.
애플은 100개 이상의 건물에 흩어져 있던 이 많은 직원들을 한데로 모으기 위해 50억 달러를 들여 우주선 모양의 새로운 본사 캠퍼스 ‘애플 파크’를 건설했다.
◇갈수록 무거워지는 팀 쿡의 어깨=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어떻게 관리할까. 2011년 사망한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이유다. 쿡은 잡스보다 포괄적(비용 일체 포함) 접근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애플 고유의 문화를 남기고자 한다. 직원들로부터 더 많은 의견을 듣고 수렴하면서 “애플의 최우선 목표는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언급하고 있다. 이는 잡스의 경영철학이기도 했다.
매케너는 “애플은 이제 거대 기업으로, 많은 재능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팀(쿡)은 2000억 달러 규모의 기업도 경영할 수 있는 팀을 구축했다. 스티브(잡스)라고 해도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쿡 체제 이후 애플은 ‘애플 워치’ 등 신형 단말기와 증강현실(AR)용 소프트웨어 도구에도 진출했다. 특별한 일을 하려 한 잡스의 열정을 이어가는데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런 한편에서 아이폰 신작이 나올 때마다 이전 모델을 압도하는 스펙에 대한 기대는 높아진다. 아이폰 매출은 2016년도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중국에서의 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이에 쿡은 애널리스트들에게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열쇠는 사생 결단의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우리가 정말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할 생각이며, 그 때에는 잘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중요한 건 쿡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라며 올 가을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애플의 10주년 모델이 입증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