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도 마찬가지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전쟁이다. 대부분의 후보자는 청문회장에 들어서기 전까지의 인생이 ‘날것’으로 까발려진다. 그리고 자신이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은 전국에 생중계된다. 현대판 ‘조리돌림’인 셈이다.
1987년 이후 역대 정권의 장관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2개월이다. 짧으면 반나절, 길면 1박 2일의 조리돌림을 이겨낸 장관 후보자들의 ‘전리품(戰利品)’ 치곤 초라하다.
설령, 야당 청문위원이 후보자 저격에 성공해도 이는 속 빈 강정으로 그친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을 제외하곤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명을 강행하면 야당은 ‘닭 쫓던 개’처럼 지붕만 쳐다볼 뿐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제도, 인사청문회의 정의이다. 한데 국민을 대신해 청문회를 진행하는 국회의원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 가운데 누구 하나 이 정의에 들어맞는 쪽이 없다. 승자와 패자가 없는 싸움판 한가운데서 정작 국민은 “죄송하다” 혹은 “모른다”고 말하는 후보자를 지켜보거나, 청문위원들이 후보자를 향해 들이대는 진짜 범죄와 범죄 의혹 또는 새빨간 거짓말 가운데 어느 것이 참인지 헷갈릴 뿐이다.
“우리 당은 A 후보가 내정되면 낙마가 목표예요.” A 후보가 내정되기 한참 전부터 야당의 한 관계자가 내게 귀띔해 준 사실이다. 이 당은 시나리오대로 해당 후보에게 공세를 퍼부었다. 후보는 죄송하다고 연방 사과의 말을 반복했고, 야당은 지루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A 후보는 후보자 신분을 벗고 ‘장관님’이 됐다.
국민도 나도 A 장관의 능력과 자질은 여전히 물음표이다. 누구를 위한 인사청문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