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금호산업 이사회를 연기하면서 주말 동안 복안(腹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은 앞서 KDB산업은행과의 만남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금호산업 이사회가 상표권 수정안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금호산업 이사회가 명분 없이 채권단의 수정안을 거절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박 회장의 장고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회동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및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주 산업은행이 먼저 박 회장과 이동걸 회장과의 만남을 제의했지만 (박 회장이)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산업은행의 만남 제의를 거절한 이유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산업은행과 만나더라도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임원은 7월 첫 주 금호타이어 주요 채권단 4곳과 만남을 갖고 자구안에 대해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우리은행(33.7%), KDB산업은행(32.2%), KB국민은행(9.9%), 한국수출입은행(7.4%), KEB하나은행(5% 미만),NH농협은행(5% 미만), 광주은행(5% 미만) 등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자구안에 반대하면서도 차악이라고 평가했지만 산업은행은 ‘매각 방해 행위’라며 절대 불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로 박 회장이 상표권 수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두 번이나 기존안을 고수한 것은 채권단에 ‘내 제안에 대해 YES or NO로 답하라’는 의미”라며 “금호산업 이사회가 채권단의 수정안을 거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 측은 청문회도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이사회 개최 전날인 17일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가 열리는 날이다. 산업은행은 금융위 소관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채이배 의원·박선숙 의원) 중심으로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금호산업 이사회가 채권단의 제안을 부결시키면 부담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비공식적으로 산업은행과 의견조율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 건으로 최대 채권은행을 적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