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을 강행하면서 통신업계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약정할인율 인상이 신규 가입자에만 국한되면서 통신사가 감당해야할 충격파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약화돼 통신업계가‘협상카드’로 밀어부쳤던 행정소송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1일 통신업계와 과기정통부 등에 따르면 휴가에서 돌아온 통신사 CEO들은 정부가 내놓은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안에 대해 실무팀 보고를 받고 추가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과기정통부가 18일 통신업계에 통보한 약정할인율 조정안(20%→25%)을 두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약정할인율 인상을 기존 가입자에게 일괄 적용하면 통신 3사는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매출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요금할인이 신규가입자에게 국한될 경우 충격파는 크게 줄어든다. 현재 가입자의 약정이 끝나는 2019년까지 단계적인 매출 감소가 예상되지만 미리 예견된 상황인 만큼 대응이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선택약정 할인율을 전체 가입자에 일괄 적용하면 통신3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기존 예상치보다 1115억 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 범위가 신규 가입자로 국한되면 이보다 934억 원이나 적은 180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가입자의 약정만기가 도래하는 2019년에는 이 수치가 각각 5696억 원(일괄적용)과 5585억 원(신규가입자 적용)으로 미미한 차이로 줄어든다. 이처럼 영업이익 감소가 미리 예견되면 대응 전략을 짤 수 있다. 충격이 덜한 만큼 소송 가능성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나아가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조사까지 진행되면서 통신업계에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언급한 소송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를 상대로 무리한 소송을 제기했다 향후 역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부터 정부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없을뿐더러 새 정부의 공약 사항을 물건너가게 했다는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 여론도 감수해야 한다. 이날 오후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이 기존 가입자까지 소급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촉구할 예정이다.
물론 통신사 손해가 커질 경우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사 대표와 임원들이 주주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통신사 CEO들은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치가 시행되는 9월 15일 이전까지 정부와 계속 물밑 협상을 벌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휴가 중이던 CEO들이 복귀한 만큼 정부와 추가 협의 과정 결과에 따라 소송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이달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