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정기국회의 막이 오르면 여야의 세금전쟁도 본격화된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겠다는 정부여당과 이를 강력 저지하겠다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간 기싸움이 격화되면서, 키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개입해 절충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벌써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 내놓은 세법 개정안의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안을 관철시키겠다는 태세다. 법인세 과세표준 2000억 원 초과 구간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3%포인트 올리고, 소득세는 과표 3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 구간과 5억 원 초과 구간 세율을 각각 38%에서 40%, 40%에서 42%로 2%포인트씩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초대기업, 초고소득자 등 가진 자에게서 더 걷어 세금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겠다는 명분이지만, 한국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회 기재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세법 개정안 발표 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기업 발목 잡기 증세, 내수 위축 증세”라고 비판했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세계적인 인하 추세와도 정반대라고 반박하면서 법인세 인상 시 기업의 세 부담 증가는 주주와 근로자, 협력중소기업, 소비자에게까지 전가될 것이란 논리를 폈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놓고 여야가 부딪힌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야가 뒤바뀌었던 지난해 말,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를 강하게 주장했고 한국당은 이에 반대하면서 결국 법인세는 그대로 두되 소득세만 과표 5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 40%를 매기는 절충안이 나왔다.
이러한 전례에 따라, 올해도 결국은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다 여야 지도부가 나서서 절충안 마련 모색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세출 구조 개혁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긴 했지만 정부여당의 ‘부자증세’ 논의 테이블에 함께 하면서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존재감 부각을 위해 직접 절충안을 내놓고 중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기재위에선 46.8%에 달하는 소득세 면세자를 줄이는 방안도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과 한국당은 서민 세 부담을 이유로 면세자 축소안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기재위 소속인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이 22일 연봉 2000만 원 초과 근로자에게 연 12만 원, 즉 월 1만 원씩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논의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
이외에도 한국당이 당론으로 택한 담뱃세 인하와 경유세 인하 법안, 민주당 김진표 의원 등 4개 정당의 25명 의원이 공동발의한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등의 처리 여부가 관심거리다.
그러나 담뱃세 인하 법안의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들의 반대로 통과 가능성은 낮다.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올리는 법안은 오는 28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기국회로 넘어간다.
2018년부터 적용되는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법안 역시 기획재정부 방침이나 여론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