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자국 항공기제조업체에 대한 미국의 ‘무역 갑질’에 발끈했다.
트뤼도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수도 오타와에서 가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미국 보잉이 캐나다 항공기제조업체 봄바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갈 경우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날 회담 후 트뤼도 총리는 보잉으로부터 구매하려던 F/A-18 슈퍼호넷 전투기 18대를 구매하려던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보잉이 캐나다 경쟁업체인 봄바디어에 가한 무역조치가 “부당하다”면서 이러한 무역적 위협을 중단할 때까지 해당 구매 계획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트뤼도 총리는 “우리는 우리를 제소하고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일을 빼앗느라 바쁜 기업과 거래하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뤼도 총리는 이달 초에도 성명을 통해 캐나다 정부가 “(보잉의) 불공정하고 공격적인 무역조치 때문에 보잉 전투기 구매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캐나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재협상으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보잉과 봄바디어의 분쟁이 양국간 무역전쟁의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뤼도 총리가 영국 메이 총리까지 끌어들이면서 캐나다와 미국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날 메이 총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보잉의 경쟁 관련 문제를 다시 한번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메이 총리는 트뤼도 총리와의 회담에서 보잉에 대한 보이콧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가 향후 보잉의 아파치 헬리콥터 12대 추가 주문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한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보류 중인 보잉과의 계획은 없으나 향후 미래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메이 총리와 협력해 미국 행정부에 보잉의 조치가 여기 캐나다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치명타인지 설명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트뤼도 총리가 미국 민간업체인 보잉에 직접 경고하게 된 배경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잉은 지난 4월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봄바디어가 캐나다 연방정부와 퀘벡 주정부로부터 경영난 타개를 위해 제공한 금융지원으로 C시리즈 중형여객기를 싼값에 미국시장에 팔고 있다며 덤핑 혐의로 제소했다. 이에 상무부가 5월 봄바디어가 델타항공과 맺은 75대 중형항공기 판매계약과 관련한 덤핑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보잉은 또한 영국 정부가 봄바디어의 북아일랜드 공장에 대출을 제공한 것을 두고도 불법 보조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봄바디어에 시장금리에 맞춰 대출을 내줬기 때문에 보조금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잉이 봄바디어에 대한 제소를 접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주 미국 국무부가 보잉이 캐나다에 전투기 파는 걸 허가하면서 트뤼도 총리의 반감이 커지게 됐다고 CNN머니는 설명했다.
보잉은 트뤼도 총리의 반응이 지나치다며 항의하고 나섰다. 보잉은 성명을 내고“보잉은 캐나다를 상대로 제소한 것이 아니며 이는 봄바디어와의 상업적 분쟁”이라면서 “시장 경쟁과 판매는 세계적으로 인정된 무역법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봄바디어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위 민간항공기 제조업체이자 캐나다 최대 항공우주업체다. 이날 메이 총리가 트뤼도 총리의 봄바디어 편들기에 가세한 것은 이 업체가 영국 북아일랜드 지역의 최대 고용창출 업체이기 때문. 봄바디어는 전세계에서 2만5000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중 4500명 정도가 북아일랜드에 근무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은 지난 6월 조기총선 패배 후 북아일랜드 지역에 재정지원을 조건으로 민주통합당(DUP)과 가까스로 연정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이 총리가 일자리 문제만으로 캐나다와 전적으로 같은 입장에 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잉은 영국 공군 로스머스 기지에 투자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