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대기업,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의 기업에서 여성 임원의 비율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아시아 억만장자들은 왜 여성을 이사회에 두지 않냐’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의 주요 IT 기업에는 여성임원이 없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키엔스, 중국의 텐센트와 바이두의 이사회를 합쳐도 여성 이사는 0명이다. 중국 알리바바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여성 이사가 딱 한 명 있어 ‘남초 이사회’를 면했다.
IT 분야만의 일은 아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아모레퍼시픽,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의 패스트리테일사, 중국의 완다상업부동산도 ‘무녀(無女) 이사회’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아시아의 여성 임원 비율은 낮은 편이다. 글로벌 자문업체 딜로이트LLP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7.8%로 중남미에 이어 최악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 기업에서는 여성이 이사의 22.6%를 차지한다.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 임원의 비율이 낮은 것은 독특한 지배구조 탓이 크다. 컨설팅 회사 ISS코퍼레이션의 수켄 반다리 싱가포르지사 고문은 “아시아의 부자 중 상당수는 자신의 지분이나 가족 구성원을 통해 회사를 통제하기 때문에 여성 이사를 임명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경제 규모가 작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높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성의 비율이 높다. ISS에 따르면 태국의 경우 이사회에서 여성 비중이 14%이며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도 12%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국은 2%, 일본은 4%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은 9%로 이 역시 미국 S&P500 기업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수잔 스타우트버그 세계여성이사협회(WCD) 회장은 “남성들은 종종 가장 유능한 사람보다 최고의 친구를 이사회에 두려 한다”고 이러한 경향을 비판했다. WCD는 전 세계 8500여 명의 여성 임원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사회 내에 여성이 없다는 점이 성과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시각을 동반하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프루 베냇 아시아·태평양지역 투자 책임자는 “성별 다양성이 이사회에서 보다 나은 토론을 이끌어 낸다”면서 “이것은 적합한 인물을 이사회에 임명해 더 나은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적 이슈”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여성 인재를 위한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대변인은 이전에는 여성임원이 있었으나 사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등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