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려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시도가 외국인 투자 심의과정 지연으로 급제동이 걸렸다.
자국기업과 관련된 거래가 안보에 저촉되는지 판단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소프트뱅크의 해외 인수ㆍ합병(M&A)과 지분 이전 등 최소 3건에 대해 승인을 아직 하지 않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지난 2월 대안투자업체 포트리스를 33억 달러(약 3조73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건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으로부터 7월에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사들이기로 한 건이 CFIUS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 건은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영국 칩 설계업체 ARM홀딩스 지분 약 25%를 기술펀드인 비전펀드로 이전하는 것이다. CFIUS는 지난해 소프트뱅크가 ARM을 324억 달러에 인수하는 것을 승인했지만 지분 이전에 대해서는 승인을 지연시키고 있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주축이 돼 설립한 펀드다. 손정의는 비전펀드를 통해 기술 분야의 최대 투자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미국 이동통신 자회사인 스프린트와 경쟁사인 T-모바일US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CFIUS의 승인이 지연되면서 이런 투자계획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는 손정의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은 것처럼 보인 것과 대조된다. 미국 대선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손 회장은 뉴욕 맨해튼에서 트럼프와 만나 미국에 앞으로 4년간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올해 2월 의회 연설에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기업 사례로 소프트뱅크를 언급하기도 했다.
CFIUS는 M&A 등의 딜(Deal)이 미국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간주되면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CFIUS가 최종적으로 현재 지연 중인 3건 중 어떤 것도 차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신속하게 조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은 것이 지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즉 안보가 아니라 관료주의가 문제라는 것이다.
워싱턴D.C.의 한 변호사는 “중국기업의 거래를 제외하더라도 외국인 투자가 중단에까지 이를 수 있다”며 “CFIUS의 심사는 과거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CFIUS의 상급기관인 재무부 대변인은 “CFIUS와 관련된 정보 공개는 금지돼 있다”며 “다만 CFIUS 심사 초점은 국가안보 우려에 맞춰져 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