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과거 담보 위주의 이자 장사에 치중하던 ‘전당포식’ 영업 행태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대출 확대, 투자은행(IB) 부문 강화, 해외시장 개척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주요 4대 은행의 원화 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은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의 9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은 305조2750억 원으로 전월 대비 약 3조8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월평균 증가액 2조7000억 원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담보가 아닌 기술력을 평가하는 신용대출 상품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중소기업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총 1조 원 규모이며, 대상 중소기업의 기술등급에 따라 금리 우대를 해준다.
KB국민은행은 벤처기업들에 성장 잠재력과 기술력만 평가해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 준다. 우수 기업에는 대표이사의 연대보증도 생략된다.
IBK기업은행은 창업 후 7년 이내 기업에 최대 3억 원까지 신용대출을 지원한다. 창업 초기 기업의 경우 최장 1년 동안 이자를 받지 않는다.
IB 부문은 지주회사 차원의 계열사 간 시너지 전략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인수합병(M&A), 대규모 금융주선 등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신한금융은 7월 은행, 증권, 캐피탈 4개 계열사의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통합했다. KB금융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말 통합 KB증권 출범 이후 지주, 은행, 증권의 CIB 부문을 합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필리핀계 이스트웨스트은행의 지분 20% 매입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국내 최대인 4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인 고성석탄화력 건설사업을 비롯해 미국 펜실베이니아 발전소 건설사업 등의 금융 주선에 성공했다.
신탁상품 운용을 통한 수수료 이익 강화도 시중은행들이 신경 쓰는 부문이다. 올 상반기 신한은행, 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2조1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947억 원보다 12.0% 늘었다.
해외시장 개척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중하고 있다. 현지 금융시장 환경이 외국계 은행에 매우 보수적인 만큼 현지화에 역량을 총동원 중이다.
이는 시중은행들의 해외 점포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올 상반기 해외 점포 순익은 각각 1152억 원, 1485억 원, 94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