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일본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시 주석이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모든 분야에 대한 당의 통제 강화를 강조하면서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환경의 급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일본 경영비자 취득이다. 외국인이 500만 엔(약 4950만 원) 이상을 투자하면 일본에서 기업을 운영할 수 있으며 향후 영주권 취득도 가능한 경영비자도 얻게 된다.
일본 경영비자 취득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는 중국의 한 벤처 기업가는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일본으로 거점을 옮기려는 것도 아니고 중국 정부가 사업을 막지도 않는다”며 “그럼에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렇게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지난 여름에 벌어진 한 사건 때문이다. 그의 회사가 제공한 서비스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렸는데, 이것 만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이 업체는 중국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은 끝에 결국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이런 당국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비즈니스 연속성이 순식간에 위기에 빠지게 된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감시하면서 통제의 고삐를 죈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CEO들은 당의 통제를 전면으로 내세운 시진핑의 권위가 강해지면서 경영환경이 더욱 각박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당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경제 방면으로는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을 심화하고 혁신형 국가 건설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개혁을 강조했다. 아울러 “개방은 발전을 가져오지만 폐쇄는 성장 지연을 초래한다”며 시장경제에 더욱 개방적인 자세를 보일 것임을 약속했다. 단, “모든 활동에 있어서 당이 지도할 것임”을 그 전제로 내걸었다. 혁신과 개방은 어디까지 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 있으며 당과 정부의 단속은 더욱 심해질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외국계 기업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시진핑은 “새로운 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쟁취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 분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짙게 깔린 민족주의 정서를 고려하면 외국 기업 CEO들은 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된 셈이다. 한국 기업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에 대한 시 주석의 강한 거부감 때문에 현지 매장 문을 닫거나 매출이 급감하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IT 기업들은 자국의 방대한 시장을 무기로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중국의 억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덤 시겔 미국외교협회(CFR) 디지털ㆍ사이버 정책 담당 대표는 “중국 지도자들은 과학과 혁신을 선도하기를 원하면서 외국 공급망과 미국 기술 기업이 관여하는 것을 점차 줄여나가려 한다”며 “시 주석의 당대회 연설에서 이 점이 거듭 강조됐다”고 평가했다.
유라시아그룹의 마이클 허손 중국 담당 책임자는 “중국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소프트웨어 업체들로부터 핵심 코드를 요구하고 이런 코드가 중국 경쟁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중국 기업에 대한 더 많은 정책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