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들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키워드였던 ‘창조’를 지우는 대신에 현 정부의 색깔을 드러낸 ‘혁신’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전 정권의 유산(遺産)을 지우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9일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31일 기획조정실 산하 창조행정담당관실의 이름을 혁신행정담당관실로 바꿨다. 이름 변경은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에 의한 것이다. 기조실은 각 정부기관의 인사나 조직을 관리하는 공통기능 부서다. 부처들이 통일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행안부가 관리 지침 등을 마련한다.
행안부는 올해 7월 정부조직 개편 때 각 기관에 이들 부서의 이름에서 ‘창조’를 빼고 현 정권의 가치인 ‘혁신’이 들어가게 변경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러면서 행안부도 정부조직을 관장하는 ‘창조정부조직실’을 ‘정부혁신조직실’로 바꿨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유산인 녹색성장이라는 명칭이 대거 지워진 사례가 있다.
다만, 각 기관이 직제시행규칙 등을 변경하는 시점에 맞춰 이름 변경을 하기 때문에 시차가 있다. 현재 18부처 5처 17청 등 정부기관 52곳의 홈페이지 조직 소개란을 보면 조직 이름에서 ‘창조’가 없는 곳은 37곳에 달한다.
정부 부처가 추진하는 사업에서도 창조라는 단어가 퇴출당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확산하기 위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기도 한 경기도 ‘판교창조경제밸리’는 새 이름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판교창조경제밸리의 새로운 명칭 공모전에 나서 3일까지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창조’가 들어 있는 부서나 사업이 여전히 남아 있다. 외교부와 국방부에 창조행정담당관실이 있고, 청 단위에서는 국토부 산하 새만금개발청과 행정중심복합도시개발청을 비롯해 기상청, 문화재청, 국세청, 조달청 등이 있다. 인사혁신처에서도 창조법무감사담당관실이 명칭 변경을 못했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 만들어진 전국의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이름이 유지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하는 일은 똑같은데 전 정부에서 추진했다고 명칭만 바꾸는 일이 5년마다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