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초반 수요 대비 공급이 달려 ‘대란(大亂)’ 사태까지 벌어졌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악재가 끊이지 않아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흡연율 증가를 우려한 정부가 세금 인상, 판촉 제한 등 각종 규제를 강화키로 함에 따라 신사업 초반의 흥행 열풍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어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높이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소세는 126원에서 529원으로 오르게 됐다.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배소비세(528원)와 지방교육세(232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438원)을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관련 법안이 소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이번 개소세 인상 개정안은 재석 의원 239명 중 찬성이 230명에 달했다는 점에서 남은 세금의 연내 인상도 확실시되고 있다.
궐련형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모두 오르면 현행 1739원에서 1247원이 오른 2986원이 된다. 앞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내놓은 한국필립모리스(아이코스)와 BAT코리아(글로)를 비롯해 최근 이 시장에 뛰어든 KT&G(릴)까지 전용 담배의 가격 인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후발주자인 KT&G가 신제품 가격을 경쟁사와 같은 4300원으로 책정함에 따라 당장 세금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최근 흡연율 증가로 담배 판촉 활동을 일절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사업 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 3사는 모두 회원으로 가입하는 소비자들에게 할인 코드를 부여해 전자담배 디바이스를 정가보다 2만 원 정도 싸게 팔고 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프로모션을 일체 할 수 없게 된다. 기존 궐련담배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타려는 소비자의 초기 진입장벽이 높아져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고 디바이스를 이용해 잎을 쪄서 피우는 방법도 담배회사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디바이스가 전자기기인 탓에 온라인상에는 각종 불량 발생에 대한 글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해 앞서 제품을 출시한 두 회사는 제품 불량 시 보증기간 1년 내에서는 무료로 교환해주고 있다.
한 소비자는 무려 다섯 번을 교환했다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잦은 불량 발생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담배회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판촉 제한도 문제지만 세금 인상 분이 반영돼 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이에 대한 반발이나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 관련 시장의 사이클이 1년이 채 되지 않는 만큼 변화하는 상황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