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자동차 부문을 선도하는 테슬라가 최근 첨단 전기 트럭인 ‘세미(Semi)’와 스포츠카인 2세대 ‘로드스터’를 공개했다. 새 차종들은 기존 자동차들을 능가하는 가속력과 한 번 충전으로 약 800~1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성능 등으로 탁월한 기술력을 과시했다.
투자자들은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보여주는 이런 비전에 열광하고 있다. 올해 테슬라의 첫 보급형 차종인 모델3가 생산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회사 실적도 부진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47% 이상 올랐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인 로버트 루츠 제너럴모터스(GM) 전 부회장은 최근 미국 CNBC방송의 ‘파워런치’에 출연해 테슬라의 암울한 미래를 그려 관심을 끌고 있다. 루츠 전 부회장은 “테슬라는 오래가지 못할 실패한 기업이 될 것”이라며 “테슬라는 지금 추세대로 가면 2019년에는 파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츠 전 부회장은 지난 2010년 은퇴하기 전까지 47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줄곧 몸담으면서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 임원을 모두 거쳤다. 그는 은퇴하기 전 전기차 쉐보레 볼트 개발을 주도하는 등 자동차산업 전반은 물론 전기차에 대해서도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 루츠가 테슬라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 셈이다.
테슬라에 대한 루츠의 비판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사람들이 테슬라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테슬라는 자동차를 생산할 때만다 돈을 잃고 있으며 머스크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루츠 전 부회장은 “테슬라는 여러 이슈 중에서도 특히 고정비용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 심각하다”며 “비효율적인 생산 활동과 더불어 영업 부담을 덜어줄 딜러망이 없는 것이 고정비용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츠 전 부회장은 테슬라가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테슬라에 비밀소스(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는 없다”며 “테슬라는 다른 모든 기업이 사용하는 같은 리튬이온배터리를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GM이 테슬라보다 성능이 좋고 가격은 싼 배터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기차 경쟁에서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화물운송업체 J.B.트랜스포트서비시스는 테슬라가 공개한 전기 트럭 세미를 예약 주문했다고 밝혔다. 월마트도 테슬라의 전기 트럭을 시험할 방침이다. 그러나 루츠는 “테슬라가 자사의 재무적인 취약함을 감추고자 신차를 발표했다”며 “그들은 자금 대출혈 상태여서 또 다른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는 오는 2019년 전기 트럭 세미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는 테슬라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루츠가 예상한 시기다. 루츠 전 부회장은 테슬라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인 생산 문제를 감안해 이렇게 예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모델3 생산량 목표를 분기당 1500대 이상으로 잡았지만, 지난 3분기 실제 생산량은 260대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가 자동조립라인을 갖추지 못해 근로자들이 수작업으로 모델3를 생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테슬라는 생산 병목현상을 해결하고자 이달 초 자동설비업체 퍼빅스를 인수했다. 다만 테슬라는 지금까지 성능과 디자인이 탁월한 전기차들을 계속 선보였지만 대량생산 역량을 보여준 적은 없다. 테슬라의 연간 전기차 생산량은 수만 대에 불과하다. 이는 GM과 도요타 등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업체들이 수백만 대의 신차를 생산할 수 있는 것과 대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