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2년 연속 3%대 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2년 연속 3%대 성장률 달성이 현실화하면 2010년(6.5%)과 2011년(3.7%) 이후 7년 만이다. 선진국 진입 기준인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이정표이다.
이를 견인하는 것은 수출이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의 지속 여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는 수출에서 신기록이 쏟아진 한 해였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5739억 달러(약 613조 원)로 1년 전보다 15.8% 증가했다. 무역통계를 작성한 1956년 이래 61년 만에 사상 최고치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3.6%로 역대 최고치였다.
수출입을 합친 무역규모는 1조520억 달러로 3년 만에 1조 달러대를 회복했다. 수출액 순위도 세계 8위에서 6위로 두 단계 상승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3% 성장을 일궈내고 국민소득 3만 달러 벽을 뚫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이러한 정부 전망의 근거는 올해 세계경제 상황이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상당히 우호적일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요한 변수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해 57.4% 증가하면서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979억4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단일 품목 9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1994년 우리나라 총수출보다 많은 것이다.
반도체는 실질성장률도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은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5% 중에서 0.8%포인트가 수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액은 9.9% 증가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수출을 빼면 지난해 3%를 웃도는 경제성장률 달성이 불가능했다는 계산이다. 정부가 예상한 지난해 성장률은 3.2%이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올해 1∼10월 반도체 수출단가지수는 전년동기대비 24.4%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수출물량지수는 25.8% 증가해 반도체 단가보다 물량이 수출 증가에 더 크게 기여했다”면서 “반도체 외에도 철강·석유제품 등의 품목이 수출 단가와 수출 물량이 동시에 증가해 총 수출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중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아세안과 인도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아세안·중남미·인도·독립국가연합(CIS) 등 ‘남북 교역축’을 구성하는 신흥시장 수출 증가로 중국 수출 비중은 2016년 25.1%에서 지난해 24.8%로, 미국 수출은 같은 기간 13.4%에서 12.0%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한 지역은 베트남 46.3%, CIS 33.8%, 인도 30.0%, 아세안 27.8%, 유럽연합(EU) 16.0%, 중국 14.2%, 중남미 10.5%, 일본 10.1% 등 8개다.
올해 수출 전망은 세계 경기 회복세와 교역량 증가로 후퇴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수 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1일 인천국제공항 수출 물류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2018년은 수출 4% 이상 증가를 목표로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북핵 리스크 고조, 신(新)3고(高) 현상에 더해 기업 규제 등의 영향으로 수출 성장 폭이 더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정부가 목표로 잡은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성장률 3%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에는 민간 소비 부진과 투자 감소를 수출 효과로 메웠지만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빨리 꺾이면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