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지난 2010년 중국의 검열정책에 항의하며 검색 서비스를 홍콩으로 철수시켰다. 이후 구글의 주요 서비스가 중국에서 차단됐다. 지난해 3월 중국에서 스마트폰용 번역 앱을 제공했지만 이용자는 제한됐다. 아직 검색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지만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인 구글맵 제공이 허용됐다는 것은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복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구글이 8년 만에 돌아왔다”며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구글은 이날 중국 전용 구글지도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애플 아이폰용 구글맵 앱 제공을 시작했다. 구글맵에서 검색 기능을 사용하면 알리바바그룹 산하 지도정보업체 오토내비 앱이 자동실행된다.
중국 구글맵과 오토내비 화면 디자인은 다르지만 사용자들은 게재된 내용은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오토내비와 제휴해 중국 지도 서비스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지난해 6월 인터넷 안전법 시행을 바탕으로 인터넷 여론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구글맵 제공을 허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중국 IT 기업 임원은 “정부와 구글 측이 서로 생각이 다른 검색과 동영상 서비스는 제외하고 인공지능(AI) 개발 등에서 협력하기로 의견이 일치한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번 구글맵 서비스 재개는 구글이 지난달 중국에 아시아 첫 AI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로 발표하고 현지 IT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고무적이다.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구글은 이미 베이징 시내에 300명 이상이 일할 수 있는 사무실을 임대했다. AI 기초 연구부터 시작해 미래에는 자율주행 분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AI 센터의 책임자로는 구글 AI·머신러닝 팀 수석 과학자인 리페이페이(李飛飛)가 임명됐다.
구글은 또 지난 5일 중국 내 약 9000만 명의 사용자를 자랑하는 모바일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 추서우TV(chushou.tv)에 5억 위안(약 828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구글이 중국 IT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구글은 중국에서 AI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부 주도의 자율주행차량 주행 등 대규모 실험을 시행하기도 쉽다. 중국 정부는 AI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구글의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거대한 중국시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얻어 AI 개발을 가속화하려는 구글과 첨단기술의 획득, 시장 개방 어필을 목표로 하는 중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다.
중국 진입이 막혔던 페이스북도 현지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와 손잡고 가상현실(VR) 헤드셋을 개발하기로 하면서 중국시장에 우회 진출했다. 소셜미디어 진입이 봉쇄된 중국시장을 측면 공략하려는 전략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시진핑 주석과 면담하는 등 중국 진출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미국 대기업에 중국시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애플과 아마존닷컴은 중국의 인터넷 안전법에 따라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데이터센터 운영을 현지 기업에 위탁하기로 했다. 중국 사업 성장을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검열과 축적된 데이터 처리 등에서 이들 IT 기업이 중국 측에 너무 양보하면 서구권에서 이미지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며 CEO들이 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지 고심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준호 기자 baejh94@e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