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백색가전 시장이 20년 만의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다. 일본전기공업회(JEMA)는 24일(현지시간) 지난해 일본의 백색가전 제품 출하액이 전년보다 2.0% 증가한 2조3479억 엔(약 22조8486억 원)으로,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건강·미용 수요의 급증, 신흥세력의 등장이 백색가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백색가전 시장은 줄곧 감소하다가 지난 2016년 3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이후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문은 소비세율 인상 전 수요가 몰리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던 20년 전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에어컨과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3개 품목에서 증가세가 이어졌다. 이런 배경에 있는 것이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인한 소비자의 취향 변화다. 에너지 절약은 물론 가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가전제품의 인기가 커졌다. 맞벌이 가구는 주말에 대량으로 재료를 사거나 밀린 가사를 하기 때문에 대용량 냉장고와 세탁기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빅카메라 등 대형 가전 할인점들은 냉장고 코너의 절반 이상을 550ℓ가 넘는 대용량 제품들로 채웠다.
건강과 미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도 가전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영국 다이슨이 지난해 5월 출시한 머리카락과 두피 손상을 줄이는 헤어드라이어나 세균, 곰팡이를 99% 제거하는 후지쓰제너럴의 에어컨 등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가전제품 가격을 높이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재팬에 따르면 일본 가전 양판점에서 주요 3개 품목의 평균 판매단가는 지난 2012년과 비교해 1만4000엔 이상 올랐다.
혁신적인 기능과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신흥업체들도 호황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토스터로 유명한 발뮤다(BALMUDA)다. 발뮤다는 지난 2015년 증기를 사용해 구운 빵의 맛을 최대한 살린 토스터로 히트를 쳤다. 발뮤다 제품은 2만2900엔으로 고가이지만 지난해까지 43만6000대가 판매됐다. 발뮤다의 부상에 업계 전체의 지난해 토스터 평균 판매단가는 2015년보다 27.3% 오른 5600엔을 기록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내세우고 있는 공기청정기 업체 카도(Cado)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0%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는 에코포인트 제도 도입으로 수요가 컸던 2009년 이후 9년째를 맞이한 해였다. 가전제품 평균 교체주기는 7~8년 정도여서 새로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았다고 신문은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