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은행권과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기준’을 명시해 놓은 행정안전부 예규(제30호)에는 ‘지역사회 기여 실적’을 평가 항목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행안부 예규의 ‘지자체 금고 지정기준’에 따르면 지자체가 금고업무를 담당할 시중은행을 선정할 때는 총 6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세부적으로 △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30점) △지자체에 대한 예금·대출금리(15점) △지역주민 이용 편의성(18점) △금고 관리능력(19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의 협력사업(9점) △기타 조례나 규칙으로 정하는 사항(9점)이다.
이 중 은행권과 권익위가 문제 삼는 항목은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와 협력사업’이라는 대항목 아래의 ‘지역사회 기여실적’(5점)이라는 소항목이다.
한 시중은행 기관영업 담당자는 “정부가 지역사회 기여 실적은 이익 제공이고 리베이트성이니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현실은 권장하는 격”이라며 “기여 실적을 평가항목으로 못 박아 두니, 은행마다 눈치 보며 출연금 더 쓰는 과열경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32조 원의 시 예산을 관리하는 서울시금고 출연금은 수천만 원에 육박한다. 업계에 따르면 직전 2014년 서울시금고 입찰 당시 계약기간 4년 기준으로, 우리은행은 1400억 원, 신한은행 800억 원, 국민은행이 2800억 원 규모의 출연금을 서울시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올해 입찰에는 2000억 원은 써내야 금고를 수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출연금이 결국 은행 수익에서 나오는 것인 만큼 은행이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대출금리나 수수료를 올리면 결국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 산하 국민권익위원회도 출연금 문제를 지적했다. 국민권익위는 지난달 11일 ‘지역사회 기여 실적’ 항목이 은행 간 출연금 경쟁과 기부금품 요구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익위는 올해까지 해당 평가배점(5점)을 낮추라고 행안부에 권고했다.
또한 권익위는 지자체가 외부 물품이나 공사 업체를 선정할 때는 지역사회 기여실적을 평가하지 않으면서, 유독 금고은행 선정 시에만 이를 반영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고를 따내기 위해 은행들이 과도한 출연금 경쟁을 하고, 시 공무원에겐 금리 우대 등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은행 입장에선 비용에 대한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가면 나머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