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가상통화) 거래를 실명 전환한 데 이어 취급소에 대한 회계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사실상 관련 규제가 없는 가상화폐 취급소에 대한 회계기준을 만들어 시장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국내 가상화폐 취급소 중에는 빗썸이 2017 회계연도 기준 첫 외부감사(이하 외감법) 적용 대상이 됐다. 이 회사는 2016년 말 자산 총액이 120억 원을 넘었다. 외부감사를 받고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2018년 회계연도 외감법 적용 가상화폐 취급소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의 자산은 2017년 중 120억 원을 웃돌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취급소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취급소의 회계처리 기준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감사보고서는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회계기준원은 빗썸이 회계 기준 질의를 해오면 관련 규정을 회신할 예정이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국제회계기준 위원회(IASB)와의 논의를 통해 가상화폐 관련 국제회계기준(IFRS)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는 가상화폐가 자산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코인은 무형 또는 유형자산보다는 유동 또는 투자자산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재무제표상 유형·무형자산은 기계·건물·설비 또는 특허권·영업권과 같은 회사 경영과 밀접한 자산을 뜻한다. 반면 출자금·유가증권·예금 등은 투자자산에 해당한다. 이를 단기 운용하면 기타 유동자산, 장기 운용시 기타 투자자산이 된다. 비트코인의 투자 성격과 보유기간 해석에 따라 둘 중 하나로 분류될 수 있다.
정문기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의 회계 처리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 이라며 “기업의 영업 활동에 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의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것 역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자산은 흔히 취득원가 또는 시가로 평가된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락 하고 있는 만큼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보고서 작성 직후 다시 시세가 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어떤 취급소의 시세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남아 있다.
빗썸은 고객이 소유한 가상화폐를 자산이나 부채로 회계에 반영하지 않는다. 빗썸은 이들 가상화폐를 위탁자산으로 해석했다. 취급소는 단순 중개 기능만 하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회계 장부에는 중개를 통한 수수료 수익만 반영하면 된다.
다만, 일부 가상화폐 취급소는 중개 기능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와 직접 거래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투자자의 가상화폐를 직접 사들인 뒤 이를 다시 시장에 되파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 및 수수료 수익을 올렸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 경우 가상화폐를 자산과 부채 중 어느 쪽에 반영해야 할지가 문제다. 투자자에서 코인을 샀을 때는 자산이 되지만, 이를 은행의 예금과 같은 성격으로 해석하면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취급소 관계자는 “코인을 직접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과거 행태”라며 “대형 업체의 경우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경우 가상화폐 투자자의 계좌를 실명제로 전환한 이후 취급소 임직원에게는 투자용 계좌를 발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취급소가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시세조종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