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명예훼손과 왕따 문제는 물론 비즈니스 분쟁에 이르기까지 각종 소송에서 이모티콘이 핵심 논쟁거리 중 하나로 떠올랐다. 거액이 걸린 소송에서 이모티콘 하나로 패소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 로펌들은 이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비공식 회의나 세미나를 열어 이모티콘이 내포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토론하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의 대형 로펌은 지난해 여름 ‘시큰둥한 얼굴(Unamused Face)’이라는 이모티콘을 놓고 소속 변호사들에게 그 의미에 대해 토론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한 변호사는 “이모티콘에 대해 의견통일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심지어 법학적인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호주 멜버른 인근 디킨대학 로스쿨은 지난해 4월 학술지에 이모티콘과 관련된 61페이지의 보고서를 게재하기도 했다.
미시간 주에서는 텍스트를 이용한 ‘:P’라는 이모티콘이 명예훼손의 핵심논쟁으로 부각됐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이모티콘이지만 고개를 꺾어서 보면 사람이 혓바닥을 내민 모양이다. 미시간 항소법원은 지난 2014년 판결에서 “문제가 된 메시지 전체를 명예훼손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해당 이모티콘은 농담이나 비꼬는 말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산타클라라대학 로스쿨의 에릭 골드먼 교수는 “지난해 미국 연방과 주법원 판결문 중 최소 33건에서 이모티콘이 언급됐다”며 “이는 2015년의 14건과 지난해의 25건에서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이런 사례가 이미 3건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에서는 방을 구하던 한 커플이 집주인에게 웃는 얼굴과 샴페인 병, 도토리를 든 다람쥐, 혜성 등의 이모티콘을 잇따라 보냈다. 집주인은 이 커플이 아파트 임대에 동의했다고 생각했으나 이후 이들이 연락을 끊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들 커플이 신뢰를 어겼다며 한 달간의 임대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