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 시대인 데다가 앞으로 3∼4년간 에코붐 세대가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우리 인구 구조상 청년 취업 사정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록 요술방망이 같은 것은 없지만, 더 많은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지혜를 모으고 있다. 지난주 정부에서도 청년 일자리 대책을 마련했고, 지금도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산업단지로 눈을 돌려보면, 이곳에 우리 제조업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있고, 실제로 젊은층에 대한 수요도 많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단지에 청년 인력의 초과 수요가 9만 명 가까이 있다고 하니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낼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일자리들이 ‘비전 있는 기업에 취업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우리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단지라고 하면 공장의 굴뚝들이 촘촘히 들어선 ‘회색의 섬’이 연상되듯이 우리 산단은 그동안 생산 위주로 조성·관리돼, 전통산업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 많다. 또 젊은층이 선호하는 첨단산업이나 신산업 분야의 기업이 적어 청년들을 유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연구개발(R&D)이나 산학연 연계, 스핀오프 등을 기준으로 분석한 ‘혁신역량’에서도 우리 산단은 선진국의 산업 집적지에 비해 절반에서 3분의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30년 이상 된 노후 산업단지도 올해 135개에서 2022년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돼 근무환경도 점점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경제 발전의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해온 산업단지였으나, 지금 청년들이 기피한다는 것은 일자리 관점에서는 물론 향후 산업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산업단지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혁신적인 창업 정책을 통해 벤처단지로 발전해 알파고를 탄생시킨 영국 테크시티의 사례나 석탄과 철강 등 주력 산업 중심지에서 첨단산업 집적지로 변모해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은 독일 도르트문트의 경험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산업단지도 신산업 기업들이 쉽게 창업하고, 창업활동을 세심하게 보살펴주는 지원책들이 잘 갖춰진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과 학교, 연구소가 연계해 활발한 혁신활동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높여 갈 수 있는 공간이 돼야 청년들이 찾는 일터가 될 수 있다. 편안한 근무 여건과 충분한 복지시설 또한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소중하게 여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중요하다. 1200개에 가까운 전국의 산업단지를 한번에 바꿀 순 없겠지만, 가능한 곳부터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산업단지가 젊은이들이 꿈을 펼쳐 갈 수 있는 일터로 변모해 가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이 이곳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어 ‘소확행’은 물론 ‘대확행(大確幸)’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