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판’은 ‘승부를 겨루는 일을 세는 단위’로도 사용한다. 바둑이나 운동 경기에서 ‘한 판은 이기고 한 판은 졌다’고 할 때의 판이 바로 그런 의미이다. 따라서 판을 바꾼다는 의미의 ‘개(改)판’은 원래 씨름 용어였다고 한다. 승부를 판정하기 어려워 그 판을 무효로 하고 다시 시작하거나 이미 판정한 승부의 판을 승패를 고쳐 반대로 판정하는 것을 ‘개(改)판’이라고 했다고 한다.
판을 무효로 하는 데에도 엄청난 시비 다툼이 있었을 텐데 만약 승과 패를 뒤바꾸어 다시 판정하기 위해 논의를 한다면 그 판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개(改)판 5분 전’이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한다.
얼마 전, tvN의 ‘렛츠고 시간탐험대’ 프로그램에서는 ‘개판 5분 전’에 대해 다른 해석을 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개판 5분 전’의 ‘개’는 ‘열 개(開)’라고 한다. 판이 열리기 5분 전이라는 뜻이다. 6·25 한국 전쟁 당시 피란민촌에서 밥을 배급하는 ‘밥 판’이 열리기 직전의 상황으로부터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굶주린 피란민들은 밥이 온다는 소식에 앞을 다투어 달려 나갔을 테니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피란민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판을 제대로 열지도 못한 채 밥이나 식량이 반은 난민들에 의해 들려 나가고 반은 땅에 흩어졌을 것이다.
그 와중에 다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나에게도 밥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6·25전쟁 당시 피란민촌에서 밥 판을 열기 5분 전의 상황이 이처럼 어지럽고 처참했으며 여기서 ‘개(開)판 5분 전’이라는 말이 유래했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
무리한 개(改)판도 없어야 하고 무질서한 개(開)판도 없어야 한다. 어떤 의미든 ‘개판 5분 전’이라는 말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개[犬]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점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