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은 맞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당초 출범 취지와 다르게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영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본인가를 받을 당시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해 서민금융 편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2일 이투데이가 지상욱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인터넷 전문은행 1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중신용자(4~6등급) 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가 4.4%, 케이뱅크는 17.3%를 차지했다.
이는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초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인터넷 전문은행의 중신용자 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가 9.5%, 케이뱅크는 18.1%를 기록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중신용자 대출 외면은 건수 기준에서도 드러난다. 카카오뱅크의 건수 기준 중신용 대출 비중은 2017년 8월 32.2%에서 올해 2월 18.3%로 13.9%포인트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해당 수치는 36.4%에서 32.9%로 3.5%포인트 감소했다.
반대로 고신용자 쏠림 현상은 심화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2월 말 기준 대출 잔액 비중은 고신용자 95.3%, 중신용자 4.4%, 저신용자는 0.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각각 82.3%, 17.3%, 0.4%로 집계됐다.
4대 시중은행의 올해 2월 말 기준 전체 여신 대비 중신용자(4~6등급) 대출 비중은 건수와 잔액기준으로 15~20%이다. 이를 고려하면 인터넷 전문은행이 중신용자 부문에서는 기존 은행과 별반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금리 대출을 내세우고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게 취급한다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중금리 대출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진 않다” 며 “고객 데이터를 축적해 CSS(신용평가정보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이용하는 세대는 20~40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2월 말 고객 수 기준 비중은 20~30대(만 19세 포함)가 각각 70%, 64%를 차지했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 30~40대는 카카오뱅크가 83.0%, 케이뱅크는 79.2%의 비중을 보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확실한 메기 역할을 했지만 금리 전쟁에만 치중하면 존재 가치가 흔들리게 된다”며 “예대마진에만 안일하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차별화한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