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첨꾼을 싫어하시는군요?” 하지만 나는 ‘줄리어스 시저’ 2막 1장에 나오는 이 한 줄도 ‘브루투스 너마저?’만큼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살 장소로 나가지 않으려던 시저가 이 말을 듣고 우쭐해져 그곳으로 나갔다가 난자당해 죽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시저를 죽이기로 모의한 브루투스 일파는 그가 원로원 언덕에 나타나지 않으면 모든 게 탄로 날 것이라고 걱정을 한다. 이때 그중 한 명인 데시우스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그에게 ‘아첨꾼을 싫어하시는군요?’라고 했더니 그는 ‘그렇다’고 말했어. 그는 정말로 아첨에 약한 거지. 내가 내일 시저 집에 가서 아첨으로 그를 끌어낼 테니 걱정하지 말게. 자신이 있어.” 데시우스는 이튿날 아침 일찍 시저 집에 가서 아첨을 늘어놓아 “간밤에 악몽을 꿨으니 나가지 말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집에 머무르려던 시저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아첨꾼을 싫어하시는군요?”라는 궁극의 아첨이 없었다면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시저의 마지막 말도 없었을 것이기에 데시우스의 이 대사는 ‘줄리어스 시저’에서 합당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당신은 아첨꾼을 싫어하시는군요?” 미테랑 대통령 당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을 지낸 자크 랑도 자신의 ‘만델라 평전’에 데시우스의 대사를 적어 넣었다. 아부의 물결이 도처에서 밀려오는데도 만델라가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도 시저처럼 아첨을 좋아했지만, 시저와는 달리 “아첨꾼을 싫어하시는군요?”라며 접근하는 아첨꾼을 골라냈기 때문이라고 랑은 썼다.
밀러가 이때 “그분은 아첨꾼을 싫어하는 사람이오”라고 말하지 않은 게 아쉽다. 이 말을 안 했는데도 측근이고 뭐고 참모와 각료들을 무자비하게 쳐내는 트럼프의 백악관에 그가 아직 남아 있는 걸 보면 트럼프는 그 정도의 아첨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실력이 있어도 윗사람과 ‘코드’가 안 맞아 승진을 못했다고 생각하거나, 실력이 없어 아부라도 잘 해서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상황과 분위기를 봐서 한번 ‘윗분’께 “아부꾼을 싫어하시나 봅니다”라고 해보기를 권한다. 그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성공이다. 승진과 좋은 보직이 보장될 것이다.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윗분’이 싫지만, 살기 위해 잘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아서 ‘줄리어스 시저’를 다시 뒤적여봤다.